"혜경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재명 글에…친명 "눈물 터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자신의 SNS에 아내 김혜경씨를 향해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썼다. 김씨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선고 재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벌금 150만원의 선고가 나오기 전 이 글을 올렸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개표 결과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인천 계양구 선거 상황실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지역구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04.11

이 대표가 올린 글의 제목은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였다. 이 대표는 해당 글에서 김씨에 대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범인 처형 전 얼굴에 회칠해 끌고 다니며 수치를 주는 일)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남편 일 도와주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줬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며 “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 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떨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 제물이 됐다”고 썼다. 이어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사람들 보는 앞)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1990년 8월 9일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른다” 같은 표현도 썼다. 이 대표는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 해준 반지 꼭 해줄게”라며 “혜경아, 사랑한다”며 글을 마쳤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경기지사를 지내던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직후인 2021년 8월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의 아내 등 6명에게 10만4000원어치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김 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024.11.14/뉴스1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직접 작성한 글”이라며 “본인 때문에 정치보복을 겪는 거라 여겨 김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정치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우리 가족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 입으로 김건희 여사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의 1심 결과에 대해 “매우 아쉽다. 항소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5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친명계 의원들은 댓글을 달았다. 박홍근 의원은 “대표님의 진심과 애틋함이 담긴 글에 먹먹해진다”고 썼고,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은 “‘혜경아’에 눈물 터진다. 힘내시라”고 썼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아픕니다”라고 썼다.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씨 판결 기사와 함께 '명태균, 김 여사에게 500만원 받아'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그럼 김건희 형량은?"이라고 썼다. 최민희 의원도 "7만8000원으로 억지 기소해 150만원이면 500만원 준 김건희는 구속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