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승진…트럼프 러브콜 직접 챙긴다

박영우 2024. 11. 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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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그룹의 주요 핵심 과제를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 문화 확산 등을 주도할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4일 2024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 HD현대

HD현대는 14일 2024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이번 인사에서 수석부회장 자리를 신설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HD현대는 그룹 지주사 격으로,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공동 경영하고 있다. 이날 인사에서는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맡아 흑자 전환을 이끈 바 있다. HD현대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다.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는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과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이 공동으로 내정됐다.
정 부회장을 비롯한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이번 사장단 승진 인사의 키워드는 성과다. 올해 3분기까지 HD현대의 누적 매출은 5조66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6%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1050억원으로 25.8% 늘었다.

조선업 수주 호황으로 조선업 계열사들의 성적이 가장 좋았고, 전력기기 부문인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설비 수요 증가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에너지와 건설기계 부문은 석유 수요 둔화와 물류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트럼프 러브콜 직접 챙긴다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그룹의 핵심 과제들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에 손일 내민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집중하는 분야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사업이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원) 수준으로 미국만 따져도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한화오션이 올해 2척의 미 해군 군함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상태다.

하지만 HD현대는 아직 적극적인 MRO 수주 전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 대화’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미 함정 MRO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검토해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내년은 핵심 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친환경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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