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장관되도 주식 매도 불필요?…韓과 다른 美 백지신탁 제도
매각 없이 뉴욕시장 취임한 블룸버그 사례도
“민간 인재 영입 걸림돌…제도적 개선 필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화부’ 수장으로 지명한 가운데 머스크가 가진 테슬라 지분 매각 및 백지신탁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직무 관련성을 넓게 해석하는 동시에 백지신탁 이후에도 매각이 강제돼 사실상 ‘백지 매각제’라는 말이 나오는 반면 미국은 직무 관련성 기준을 상대적으로 좁게 보며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보다는 이해관계가 없는 수탁사의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 관리를 맡기는 게 가능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번 트럼프 행정부에 신설되는 ‘정부효율화부’ 수장에 오르더라도 테슬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우주항공을 주력사업으로 한 테슬라·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경영권을 가진 회사와 연방정부 재정에 대한 개혁이라는 해당 부처의 업무 연관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의 재산권을 중시하는 미국인 점을 고려하면 하더라도 최대 백지신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지신탁은 고위공직자 본인과 직계 존·비속이 일정 수준의 주식 등 자산을 보유할 상황에서 해당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임명 후 이를 은행 등 수탁사에 맡기거나 매각하도록 한 제도다.
국내에서는 백지신탁 여부 심사 대상 의무가 국내 주식으로 한정해 보유금액 3000만원 이상에만 발생하며 미국에서는 현금·주식·채권·뮤추얼펀드 등 전통적 자산 및 가상화폐 등 새로운 재산까지 포함해 각 1000달러 이상을 대상으로 사실상 모든 재산이 해당한다.
다만 한국과 미국 백지신탁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신탁시 자산 매각 여부다. 국내에서는 공직자윤리법 14조 4항에 “수탁 금융회사는 60일 이내에 수탁 받은 주식을 처분한다”고 명문화돼 있어 사실상 두 달 내 매각이 강제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수탁사를 통해 관리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처분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국내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장에 지명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내정 3일 만에 사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내 인생을 걸고 창업해 지금까지 일궈온 회사의 소유권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며 “설령 회사를 정리하려고 해도 최소한 주식을 제대로 처분할 수 있는 방법과 충분한 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지난달에도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이 백지신탁 관련 문제로 취임 2년여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문 전 구청장은 본인이 창업한 문엔지니어링(비상장사) 주식 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에 대해 백지신탁을 하라는 결정에 불복 소송까지 진행했으나 해당 재판에서 패소하자 결국 사퇴했다.
또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보유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난달 백지신탁 관련 문제로 취임 2년여 만에 물러났다. 문 전 구청장은 본인이 창업한 문엔지니어링(2022년 구청장 당선 당시 구로구 소재 비상장사) 주식 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에 대해 백지신탁을 하라는 결정에 불복 소송까지 진행했으나 해당 재판에서 패소하자 결국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판정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인사혁신처·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56건의 심사 중 36건(10.1%)에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판정했으나 지난해 22.9%로 사상 처음 2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서 백지신탁 여부를 결정하는 정부 윤리국은 직무와 보유 자산간 직무연관성을 상대적으로 좁게 해석하는 동시에 매각보다는 임명자의 영향력이 제한된 회사 내 포트폴리오를 통해 관리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 주요 언론사 중 하나인 블룸버그를 창립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지난 2002년 뉴욕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CEO와 이사회 의장 직책은 내려놓았으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았다. 이후 지난 2014년 뉴욕 시장 임기가 끝난 이후 CEO로 복귀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공직자 주식 매각시 시세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보완책이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 CEO 출신인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06년 취임할 당시 6억 달러(8400억원) 상당의 골드만삭스 지분을 전액 처분하며 5000만 달러의 소득세를 면제받았다.
전문가들은 백지신탁법이 이해 상충 문제 등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면서도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과 같은 변동성이 큰 자산을 사전에 처리해 공직자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부문도 존재한다”면서도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머스크 같은 경제인이 정부의 일을 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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