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공매도 금지, 낯부끄러운 일”…내년 3월 재개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내년 1분기까지 공매도 제도와 전산을 완비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3월 31일 공매도 재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 원장은 13일(현지시간)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해외 투자설명회(IR)에서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다고 하면서 공매도가 전부 금지되어 있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며 “당국자들이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피터 스타인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대표는 축사에서 “공매도 금지가 빨리 해지되길 바란다”며 “시장 유동성에도 도움을 받을 것이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도움이 돼 더 많은 해외투자자가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엔 “공매도 전면 금지 불가피”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의 규제가 미국, 홍콩과 달라 불법 공매도로 규정하는 부분이 더 넓다. 어디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올해가 지나면 더는 국내외 투자자 중에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 때문에 한국 시장을 불편해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내년 1분기까지 제도와 전산을 마무리하는 걸 전제로 홍콩, 런던, 뉴욕 시장처럼 선진 시장 기준에 맞춘 (공매도) 제도로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일을 내년 3월 31일로 못 박았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 당시만 해도 이 원장은 “가격 시스템 신뢰 저하로 투자자 결정이 왜곡되는 측면이 큰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옹호했는데 1년여 만에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에도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는 예정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검사와 관련해 이 원장은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공개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검사 대상인 증권사 모두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의심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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