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기후는 별개? 기후 위기는 몸의 위기"

최정미 2024. 11. 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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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몸이 기후다> 저자 김태우 인류학자

[최정미 기자]

'친환경' 제품, '친환경' 건물, '친환경' 에너지…. '친환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제품 포장지에 '친환경'이 빠지면 어색할 정도다. 문제는, '환경'에는 환경이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환경은 '주변화'되어 있으며, 여전히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다.

<몸이 기후다>는 인간과 환경, 인간과 자연을 떼어놓고 보는 생각과 행동으로 지금의 기후위기가 초래되었다고 본다. 쓰레기의 시대로 불리는 인류세 시대, 현재의 기후위기를 존재론적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기후를 대하는 우리 생각의 방식, 몸과 기후의 관계,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한다.
 몸이 기후다 - 존재론적 인류학의 기후 실천, 김태우(지은이)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몸이 기후다>의 저자 김태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인류학자로서 한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된 국내 최초의 의료인류학자다. 김태우 교수는 오랜 현지 조사를 통해 몸을 규정하는 시선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우리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봄을, 이러한 몸에 대한 시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의 연결고리에 의료가 있음을 이야기해왔다.

그는 인문학, 인류학, 신유물론, 철학,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았다. 우리 몸과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의 시야를 넓히고 한의학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태우 교수에게 기후위기 시대 우리 사유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물었다.

- <몸이 기후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제목에 대해 말씀을 해주신다면?

"우리는 곧잘 몸과 기후를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몸은 몸이고 기후는 기후라고 생각하지요. 이것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어서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의 몸에 대한 이해에까지 투과되어 있는 지금 근현대문명의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후와 몸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러한 분리의 생각이 실제와는 다른,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생각의 관성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기후위기 시대는 몸과 기후의 관계가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몸이 기후다>에 몸과 기후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몸이 기후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후 문제를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의 습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생각의 관성을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 이번 책을 쓰게 된 중요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몸이 기후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 몸과 기후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요?

"몸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행위자입니다. 몸의 먹기, 입기, 이동하기, 기거하기가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의 80%를 상회합니다. 여기에는 먹고, 입는 것을 생산할 때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를 포함합니다. 또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기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멀리 인도, 방글라데시에서 중저가 옷을 생산하기 위해 내뿜는 온실가스도 우리의 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의 새 옷을 사는 행위가 있어야 그쪽의 의류공장도 돌아갑니다. 우리가 수입 소고기를 먹는 것은, 사료용 옥수수를 위해 불타는 아마존 숲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 속에서 몸은 온실가스 배출자가 됩니다.

또한 배출을 당연시하는 지금의 문명문화와도 깊이 연관된 문제입니다. 책에서는 그러한 배출을 당연시하는 것을 '쓰고버림주의'라는 용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몸의 배출들이 모여서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가 되고 있습니다."

- 다른 기후 관련 책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요?

"<몸이 기후다>는 멀리 가지 않고 동아시아 그리고 한국의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기후와 관련된 역사, 기후환경문제 등에 대한 국외 서적들이 많이 번역되어서 국내에서도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와 한국의 상황에서의 기후문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기후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환경, 자연, 기후, 기온, 탄소 등의 용어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들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에서 기후문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 '몸이 기후다' 저자 김태우 교수 '몸이 기후다' 저자 김태우 교수
ⓒ 경희대학교
- 지금의 인류세를 쓰레기의 시대라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인류세는 지질학적 시대구분으로 대두되었고, 인류가 지구의 역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는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지금 지구의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있는 방식을 보면, 쓰레기로 그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분해·흡수되지 못하여 자연의 순환고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배출물들이라고 한다면, 점점 농도가 높아지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바다에 섬을 이루는 플라스틱, 그리고 땅속에 수없이 묻히는 (한국에서 여름에 한 달에 1억 마리 이상 묻히는) 닭뼈까지 모두 쓰레기이고, 그 쓰레기로 지구에 흔적을 남기는 시대가 인류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책에서 '당신이 배출한 것이 당신이다'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당신이 배출하는 것이 당신이다"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를 바꾸어 본 표현인데요, 먹는 것은 이미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온, 치킨과 같은 음식화된 타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기후위기 시대에 현실을 직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것이 인류세 기후위기 시대, 우리 자신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출하는 것에는 우리가 먹기 위해 배출하는 것, 먹고 나서 배출하는 것, 먹지 않고 배출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또한 단지 먹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고 입기, 이동하기, 기거하기를 포함하여 배출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존재론적 인류학, 신유물론, 동아시아 사유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저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몸과 의료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해왔습니다. 그리고 존재론적 인류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면서 몸과 기후가 연결된 지점들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부분들에 대한 논의를 최근에 주로 하고 있습니다. 존재론적 인류학, 그리고 신유물론은 기존의 생각의 방식, 존재 이해 방식에 대한 비평을 통해 등장했습니다.

그러한 관점들은 기존의 생각의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기후문제를 읽어내고 그 너머를 상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사유도 존재론적 인류학, 신유물론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비근대 사유로서 기존의 생각의 방식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입지에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들이 지금의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앞으로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후위기는 몸의 위기라고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신다면?

"기후위기는 몸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에 유엔 산하 IPCC가 발표한 6차 종합평가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건강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열기에 의한 질환, 산불과 연기로 인한 건강문제, 그리고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기후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건강문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후생태변화에 의한 먹거리 변화와 식량부족, 식수문제, 극한 열기뿐만 아니라 극한 한파까지 예상하는 기후학자들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더 심각한 몸의 위기가 목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몸이 기후다"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몸의 먹기, 입기, 이동하기, 기거하기가 만들어내는 기후위기가 다시 몸을 위기로 내모는, 몸과 기후가 점점 더 가까이 결속되는 시대가 인류세의 기후변화 시대이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짐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몸과 기후의 관계를 통해 기후위기 너머의 시대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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