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천장 뚫린 환율...대외 충격 견딜 수 있나
[송두한 기자]
▲ 코스피가 전장보다 1.78p(0.07%) 오른 2,418.86로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1.5원 내린 1,405.1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8.09p(1.17%) 내린 681.56으로 마감했다. 2024.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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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해 달러가 부족하지 않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대규모로 달러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원-달러 환율의 가치 하락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율 위험에 대한 정책 당국의 상황 인식이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1400원이 뉴노멀"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은 수준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고 애써 강조했지만, 이 정도 속도면 이미 선을 넘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단언컨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은 환율 충격이다.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발 증시 거품이 발현하면 백약이 무효인 자본 유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정책 역량을 환율 방어에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다.
금융시장은 시스템 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
국내 금융시장은 외인자본, 특히 단기성 투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기조적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증시 충격이 외환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금의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환율이 시스템 위기로 발현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 2008년 10월 말 1291원에서 11월 말에 1469원까지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가 무너지는 공황에 빠진 바 있다. 당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면서 2009년 1월 말에 1380원까지 하락했으나, 미국 발 증시 충격이 재발하면서 2009년 2월에 재차 1534원까지 급등했다. 그나마 2008년 10월에 미국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환율 공포 진화에 도움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언컨대, 외환위기 때 1400원이나 지금의 1400원이나 위기 방어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자본 유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둑이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할 수 있다.
관리 가능하지 않은 환율 방어시스템
첫 번째 위험은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환율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지배적 요인은 수출과 무역수지 지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2년(-478억 달러)과 2023년(-104억 달러)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올해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흑자(10월 누적 399억 달러)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궤도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수출 증가로 인해 시장의 달러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1,400원 환율방어선이 쉽게 뚫려버렸다. 이는 외환 위기가 이미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월평균 원-달러환율 장기 추이
'21년말(1,184원) ⟶ '22년말(1,297원) ⟶ '23년말(1,304원) ⟶ '24년 11월 12일(1,409원)
정리하자면, 지금의 환율 위험은 외환당국이 달러를 풀어 환율 상승의 불길을 잡기 어려운 구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발 증시 버블 위험
금리 하락 주기는 미국 발 증시 버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선험적으로, 버블 붕괴는 금리 주기와 부동산 경기 주기가 정상에서 합류한 이후에 금리 주기를 타고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을 타격한 1994년 금리주기(1997년 정점)도 그랬고, 부동산 자산 버블을 수반한 2004년 금리 주기(2008년 정점)도 그랬다. 2021년 코로나 금리 주기(2024년 정점)도 이전 사례와 유사한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문제는 미국 발 증시 버블 충격이 발현하면, 오른 것도 없는 국내 증시가 버블 없는 버블 충격에 노출되는데, 환율이 충격의 전이 경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환율방어선이 무너지면, 자산이 녹아 없어지는 부채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과정을 피하기 어렵다.
한·미 통화 스와프부터 체결하고, 진짜 자본시장 체질개선 고민해야
바람직한 정책 대응은 지금이 환율 위험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400원이 뉴노멀"이라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나 가계 부채에 발목이 잡혀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나 결코 작금의 위기를 키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원/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상승한 1,401.1원으로 출발한 뒤 1,400원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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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한 민주금융포럼 상임대표(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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