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내각, 매파·충성파로 가득 채웠다

국무부 장관 루비오·법무부 장관 게이츠 공식 지명

[윤현 기자]

▲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며 손짓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마코는 우리나라의 강력한 옹호자, 우리 동맹들의 진정한 친구, 우리의 적들에게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마코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쿠바계 이민자 아들인 루비오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중남미계 국무부 장관이 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마코 루비로 상원의원 국무부 장관 지명을 보도하는 AP통신 ⓒ AP

그는 2020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동 발의하고,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면서 '대중 매파'라는 평가를 얻었다. 또한 북한,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도 강경한 외교 정책을 주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표적인 외교 강경파인 루비오는 트럼프의 견해와 거의 일치한다"라고 설명했다.

외교 정책 수장에 '대중 매파' 루비오

바텐더 아버지와 호텔 청소부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 변호사가 된 자신의 '아메리칸드림'을 내세워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루비오는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트럼프 당선인에 밀려 사퇴했다.

경선 당시에는 라이벌이었던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에는 줄곧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서 대표적인 충성파로 꼽힌다.

루비오는 이날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우리는 힘을 통해 평화를 이룰 것"이라며 "항상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조율할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했다.

왈츠 의원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강력한 대중 매파로 꼽히면서 한국, 일본, 호주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동맹파'이기도 하다.

국방부 장관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육군 소령 출신이자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진행자로 유명한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 군 고위직이 아니고 국방 정책 경험도 없는 40대 젊은 인사를 국방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존 랫클리프가 지명됐다.

랫클리프도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추진했고, DNI 국장을 지낼 때는 트럼프를 돕기 위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공개를 강행하는 등 대표적인 충성파다.

법무부 장관에 '논란의 인물' 게이츠... "측근들도 충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맷 게이츠 하원의원 법무부 장관 지명 논란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법무부 장관에 맷 게이츠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화당 강경우파 의원 모임 '프리덤코커스'의 핵심 인물인 게이츠는 작년에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공화당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 해임안을 주도했고, 하원의장 선거에서 일반인 신분이던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을 적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2002년 대선의 '부정 선거'를 주장하면서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였고, 최근에는 아동 성매매외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도덕적 논란에도 휘말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또 다른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게이츠를 향해 "공화당 미래의 재앙"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에 충성파를 임명하면서 취임 후 정적에 대한 보복에 나서거나,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 직원들을 대거 숙청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는 법무부의 폭탄 투척수(bomb-thrower)"라며 "공화당 일각에서도 그의 지명을 걱정하고 있으며,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성매매 혐의로 하원 윤리 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게이츠는 잠재적인 법무부 장관 후보 리스트에도 없었다"라며 "그의 지명은 트럼프 측근들에게도 충격을 줬고,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해 의회에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