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 경영승계 '성큼'…사촌형 '정의선 루트' 따르나

박영국 2024. 11. 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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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회장 승진으로 HD현대그룹 내 역할, 권한 강화
정의선 회장 2018년 수석부회장 승진 2년 뒤 회장 '대관식'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각사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대관식’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수석부회장의 자리에서 한층 확대된 권한으로 그룹의 핵심 사안들을 직접 챙기며 ‘경험치’를 쌓은 뒤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례를 따르게 될지 관심이다.

HD현대는 14일 2024년 사장단 인사에서 정기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HD현대 주요 계열사의 대외활동을 직접 챙기며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해온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미래 사업전략과 투자계획 수립, 사업재편, 계열사 인사 등 전반적 업무에서 역할과 권한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업 총수들이 참석하는 국내 주요 행사는 물론, 대통령 해외순방에 함께하는 경제사절단에서도 HD현대를 대표해 왔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유력 인사들을 맞이하거나 주력 계열사들이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도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올해 초 열린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건설의 종합적인 혁신전략과 비전을 알리기도 했다.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에도 직책 면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경영승계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한층 무게감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사촌형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같은 루트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왔다. 형식상 최종 결제라인은 정몽구 당시 회장이었지만, 그룹의 사업 전략이나 투자계획 등이 정의선 회장 선에서 실질적으로 마무리됐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직함을 달았던 기간은 단 2년이다. 2020년 10월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정 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를 감안하면 정기선 부회장 역시 2년 뒤인 2026년 연말 인사에서 회장 승진과 함께 명실상부한 총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HD현대그룹의 정점에 있는 권오갑 회장의 경우 정 부회장의 경영 수업을 돕고, 때로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의중을 반영하며 내부 살림과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슈를 챙기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회장의 자리에 올라서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석부회장의 자리에 있는 동안 권 회장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완전한 경영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2018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3040억원을 종자돈으로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사들인 뒤 지분율을 조금씩 확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증여세 납부 부담에서 벗어난 올해부터 주주배당금과 연봉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HD현대 주식 매입에 쏟아 붓고 있다. 지난 5월 초부터 약 세 달간 472억원을 투자해 자사주를 매입한 결과 1분기 말 5.26%였던 지분율은 6.12%까지 상승했다.

HD현대의 고배당 정책은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상장 당시 배당 성향 70%이상(별도 순이익 대비)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그 수준을 뛰어넘는 배당을 실시해 왔다. 심지어 총 배당금 규모가 별도 순이익을 넘어선 사례(2020년, 2022년)도 있었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배당금 3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886억원을 배당했다.

HD현대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HD현대 주식을 매입하고, 그렇게 확대된 지분을 바탕으로 더 많은 배당금을 받아 더 빠르게 지분율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통해 일정 지분율을 확보해 놓으면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 26.6% 중 일부를 상속받아도 상속세 부담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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