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비난하며 트럼프 당선엔 8일째 침묵…'폭주열차' 운행하며 정중동?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8일째인 14일까지 이와 관련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미국 대선 결과를 내부에 즉각 알리지 않은 적이 있지만, 러시아와 군사 밀착 등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닌 물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식의 '정중동(靜中動)'에 가까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에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은 미 대선과 관련한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역시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0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두 달 넘게 침묵을 이어가다가 공식 취임 이후인 1월 23일에야 대외선전용 매체를 통해 처음 보도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에도 대선 결과가 나온 11월 8일로부터 열흘 이상 지난 19일에야 대남 비난 기사에 끼워 넣기 식으로 관련 내용을 처음 전했다.
이는 아직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외교·안보 진용이 공화당 내 강경 매파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북한 입장에선 섣불리 반응을 내놓기 어려운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김정은을 겨냥해 "수십 개의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2015년 9월)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김정은은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는 젊은 독재자"라며 "나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월츠도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충실한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올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선 북·러 군사 협력을 "위험하고 사악한 동맹"이라고 부르며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북한을 봉쇄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주문하기도 했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 행정부 교체로 발생하는 권력 공백기를 십분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동부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한 전투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휴전·정전협정 협상에 속도가 붙기 전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해야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측으로부터 군사기술과 통치자금을 얻어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은 이날 국제 소식을 전하는 6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으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대결 정책 실현의 충실한 머슴, 전쟁 부속물인 나토가 세계 곳곳에서 극도의 긴장 격화와 엄중한 충돌위험을 계속 증대시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를 운운하며 전선을 러시아 영토로 확대하려는가 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저들의 영지(영토)로 만들어보려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다.
표면적으론 나토의 대외 활동을 비난하는 내용이지만, 나토를 지원하는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취지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나토와 북·러 협력 대응 등을 논의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간보기 비난'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신들의 외교적 목표인 핵군축 협상을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과 적절한 타이밍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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