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에 20억원” 천경자 화백…고흥서 미공개 작품까지 무료로 본다

최경호 2024. 11. 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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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 열린 지난 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 이이남 프로젝트 미디어 작품 '환상여행'이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인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전남 고흥군에서 열린다. 천 화백 고향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과 미공개 작품,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미디어아트 등을 볼 수 있다.

14일 고흥군에 따르면 ‘찬란한 전설 천경자’를 테마로 한 특별 전시회가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고흥분청문화박물관과 고흥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천경자 탄생 100주년, 고향서 특별전시


천경자 화백의 차녀 수미타 김 예술총감독이 지난 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에 참석하여 모친의 미공개 작품인 '제주도 풍경(섬의 인상)'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천 화백 일생을 시대·주제별로 구성한 전시에서는 작품 160여점을 볼 수 있다. 가족과 미술관 등이 보유해온 작품 외에도 개인 소유자를 설득해 모았다.

주요 전시작은 ▶탱고가 흐르는 황혼 ▶만선 ▶화혼 ▶굴비를 든 남자 ▶아이누 여인 등 채색화 36점이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제주도 풍경(섬의 인상)’과 ‘누드’ 등과 함께 드로잉 34점, 유품 25점, 아카이브 20점 등이 전시됐다.


미공개 작품에 미디어아트 등 전시


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 열린 지난 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 이이남 프로젝트 미디어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고흥군
이 중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2019년 6월 국내 경매를 통해 8억원에 낙찰됐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초원Ⅱ’와 ‘정원(園)’은 각각 20억원, 17억원에 경매될 만큼 국내·외에서 명성이 높다.

천 화백이 남긴 회화와 드로잉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도 볼거리다. 비디오 예술가 이이남 작가가 ‘고흥에서 아프리카로’와 ‘천경자 스케치의 살아있는 선, 그 에너지’ 등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이남의 미디어아트는 관람객이 천 화백 작품으로 들어가 시각적·청각적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미인도 위작 논쟁’ 후 절필 선언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천경자 화백. 사진 고흥군
천 화백은 1924년 11월 11일 고흥읍 서문리에서 태어나 한국 미술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6·25 때 부산에서 ‘생태’라는 뱀 그림을 그려 주목받기 시작, 70여년간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한국의 정서와 자전적인 주제를 화려한 채색과 밀도 있는 질감으로 표현한 명작을 남겼다.

천 화백은 1991년 3월 불거진 ‘미인도 위작 논란’ 후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도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 중이던 미인도가 천 화백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천 화백 작고 후 다시 점화되기도 했다.

이후 2016년 검찰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했지만, 천 화백 가족은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번 특별전시 총감독을 맡은 천 화백의 차녀 수미타 김(70)은 “그동안 도록(圖錄)에서 본 적이 없는 작품은 (고흥 특별전에) 전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위작은 없다” 고흥군, 천경자 예술길 지정


오랜 기간 위작 논쟁이 벌어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중앙포토
고흥군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천 화백 생가를 복원하는 등 문화자산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고흥 구도심과 생가를 연결하는 850m 구간을 ‘천경자 예술길’로 지정하기도 했다. 올해 말까지 매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천 화백의 독창적인 화풍은 고흥의 자연환경 영향을 받아 다채롭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게 특징”이라며 “그의 대표작과 미공개 작품, 미디어아트를 한 자리에서 볼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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