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KBS 사장 낙점? '파우치 앵커'의 문제적 멘트들
<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 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말>
[안양봉]
▲ 2024년 2월 7일 방영한 KBS 신년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현장 모습 |
ⓒ 대통령실 |
한국갤럽은 윤석열 정부 '17%' 국정지지도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12년 8월 국정지지도 최저치와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된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와 같다고 설명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지지율 빼닮은 KBS 신뢰도 추락
▲ 2024년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와 시사IN ‘신뢰도 조사’ 공영방송 KBS, MBC 결과 갈무리 화면 |
ⓒ 민주언론시민연합 |
국민대상 <시사인> 신뢰도 조사도 마찬가지다. 2023년 11월 중순 출범한 '박민 체제'는 이전의 KBS 보도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시청자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박민 체제'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지난해 KBS 신뢰도는 오히려 4.1%p 오름세였다. 반면, 올해 8월 조사에서는 5.7%p 폭락해 8.5% 한자리 수를 기록했다. <시사인> 조사에서 8.5%라는 성적표는 여태껏 KBS가 받은 가장 낮은 신뢰도다.
신뢰 상실한 KBS, <뉴스9> 앵커 박장범의 책임은
국민 신뢰를 잃은 KBS 위기에 앵커 박장범의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박장범이 KBS 간판뉴스 앵커로서 첫 방송을 한 2023년 11월 13일 이후 <뉴스9> 시청률 하락 추이 등으로 볼 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결정적 한 방은 2월 7일 이른바 '파우치 대담'이다.
더 나아가 올해 <뉴스9> 시청률은 MBC 간판 뉴스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방송 생리상 본인이 맡은 프로그램이 시청률 역전을 허용했다면 책임 지고 거취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박장범의 거취 표명은 예상과 달랐다. 사퇴가 마땅한 사람이 사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 2023년 11월 박민사장 취임 후 KBS 뉴스9 앵커로 발탁된 박장범의 문제적 앵커 멘트 갈무리 화면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박장범의 앵커 멘트를 보면 본인의 정파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인(私人)이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그런 발언이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 앵커로서 직업윤리로 보면 이런 멘트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KBS 기자는 직무를 수행하며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정치적 균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 박장범 앵커가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 된 후 구성원의 반대성명 모음 |
ⓒ 언론노조KBS본부 |
"일선 기자들의 리포트에 자신의 일방적인 논평을 곁들여 맥락을 왜곡하는 만행은 대단히 일상적으로 자행됐습니다. 급기야 대통령을 단독으로 대면하고 질문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굴종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을 권력에 헌납했습니다. KBS 구성원 누구도 그에게 그런 권위와 권리를 준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파우치' 발언은 그 굴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엉뚱하게도 그가 아닌 우리가, KBS 기자라는 수치심을 나눠 가져야 했습니다." - 35기 기자 성명 중
지금까지 공영방송 장악에 성공한 권력은 없다
11월 18일, 19일 이틀간 국회에서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박장범 후보는 청문회만 대충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회 내용과 상관없이 박장범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나는 보인다.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이고 있다. 연차투쟁, 파업투쟁에서 서로의 열정도 확인했다.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시민문화제 현장에서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와달라는 시민들의 마음도 보았다.
공영방송 KBS 복원투쟁, 그 장대한 싸움은 윤석열 대통령이 박장범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이다.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나의 30년, KBS 역사에서 돌무더기 몇 개가 물길을 바꾼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필자는 안양봉 KBS 기자·전 시사제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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