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조직 만드는 법을 안다”…장기적인 플랜과 미래 자원 육성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1.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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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S 우승으로 본...정의선 경영학 [스페셜리포트]
(위) KIA 타이거즈는 2017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최형우와 한국 프로야구 최초 100억원대 FA 계약을 체결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아래) 황동하는 올해 대체 선발로 10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5승 7패에 평균자책점 4.44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합뉴스)
Rebuilding 조직 리빌딩

장기적인 시각으로 1등 조직 구축

7년 만에 이뤄낸 통합우승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팀이 그린 장기적인 계획이 서서히 들어맞으며 퍼즐이 완성됐다는 것이 야구계 중론이다. KIA 타이거즈는 ‘우승하는 팀’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구단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방향성 없는 FA 영입과 유망주 방치 등의 문제가 기아에서는 웬만해선 발생하지 않았다.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먼저 만든 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로 대권을 노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KIA 타이거즈는 2021년 시즌을 마친 후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정규시즌 9위로 추락한 데 따른 대대적인 개편이다. 2021년 말 차기 대표이사로 부임한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는 3년 차에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가 바로 최 대표 부임 후 세 번째 시즌이다. 3년 전 목표가 그대로 실현된 것. 하위권에 머문 전력을 감안해 곧바로 우승을 노리기보다 1~2년 차에 가을야구 진출 전력을 우선적으로 만든 뒤 3년 차에 우승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장기 계획은 앞서 2009년, 2017년 우승 당시에도 적중한 바 있다. 2007년 꼴찌였던 팀은 2008년 6위로 올라선 뒤 2009년 우승을 일궈냈다. 2015년 7위, 2016년 5위를 기록한 뒤 2017년 우승을 차지한 과정도 비슷하다.

정 회장 역시 장기적인 시각으로 회사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글로벌 순위 5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이 2020년대 들어 1·2위인 토요타, 폭스바겐까지 위협하는 ‘강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장기적 전략’이 자리한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느라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매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와중에 거기에 취해 신시장 개척에는 힘을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자국 전기차 위주로 개편되자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판매량이 급감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중국발 쇼크’에 흔들린 나머지 본거지인 독일 내 공장도 일부 폐쇄를 검토하는 등 벼랑에 몰리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1·2등과 같이 중국에 목매면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보다 잠재력이 더 큰 시장인 인도와 아프리카에 주목했다. 당장 판매량이 높은 지역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을 뛰어넘는 시장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단기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10~20년 뒤를 내다봤다. 인도를 선점한다면 글로벌 판매량 1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중국 판매량이 감소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남아시아 거점인 인도 공장의 생산을 늘려나갔다. 결과는 대성공. 인도와 중동의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차 인도법인과 생산공장은 새로운 ‘효자’로 떠올랐다. 특히 인도는 중국 시장 부진을 지울 만큼 실적을 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빠른 시일 내,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2위를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Substitute 대체자

현재 대체할 미래 자원 육성

다수 전문가는 올해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두터운 선수단을 꼽는다. 시즌 중 예상치 못한 주전 선수 이탈에도 대체 선수가 공백을 훌륭히 메꿔준 덕분에 시즌 내내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KIA 타이거즈는 시즌 중 부상 선수가 속출했다. 투수진이 특히 심각했다. 시즌 초 꾸린 5인의 선발투수 중 양현종만 시즌을 온전히 치렀을 정도다. 장기 부상자가 번갈아 나오며 시즌 내내 2명의 대체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팀은 2000년대생 젊은 투수인 황동하와 김도현을 낙점했다.

두 선수 모두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경험이 없는 유망주다. 팀이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임에도 경험과 체력 등을 이유로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올해 황동하는 10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5승 7패에 평균자책점 4.44로 시즌 내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도현 역시 75이닝을 책임지며 4승 6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다. 4점대 방어율은 4~5선발투수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성적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2경기에 나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정규시즌에 이어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훌륭히 제 기량을 뽐냈다.

현대차그룹도 이 같은 대체 자원 육성에 속도를 낸다. 내연기관 강자라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 라인업을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도전하며 ‘두터운’ 라인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현재 내연기관차 이후 차세대 동력기관으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맞붙는 형국이다. 현재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만 만들거나 수소차만 만든다. 이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대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반대쪽 동력원을 만들던 회사는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두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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