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이 조직 믿게 만들고…실패 두려움 없는 과감한 혁신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1.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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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S 우승으로 본...정의선 경영학 [스페셜리포트]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초반 심각한 부진에 빠진 나성범이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꾸준히 중심타선에 기용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Trust 신뢰

구성원이 조직을 믿게 만들어라

구성원이 최적의 실적을 내려면 조직을 향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나 일시적인 부진에 자신을 바로 버리는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조직원은 없다.

KIA 타이거즈는 올해 ‘신뢰의 야구’를 통해 선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팀의 간판 타자 나성범은 2024년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4월에 첫 경기를 뛰었다.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탓에 나성범은 시즌 초반 타율 1할을 밑도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타자가 1할대 부진에 빠지면 타순을 조정하거나, 2군으로 보낸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는 심리적으로 쫓기고 이는 더 큰 부진으로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KIA는 달랐다. 나성범이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꾸준히 중심타선에 기용했다. 많은 팬이 나성범의 타순 교체를 요구했지만, 기아 구단은 나성범의 ‘능력’을 믿었다. 이는 곧 최고의 호재로 돌아왔다. 나성범이 결정적인 순간에 구단 믿음에 보답한 것. 순위 다툼 한창인 8~9월 부활에 성공, 팀이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8월, 매섭게 KIA를 쫓아오던 당시 2위 LG와 경기에서 9회 역전 홈런으로 1위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성범은 “감독님의 꾸준한 믿음에 책임감이 생겼다”며 자신을 믿어준 구단에 성적 회복의 영광을 돌렸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는 임직원이 ‘신뢰’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경영인을 수시로 경질했다 재기용하는 ‘럭비공 인사’ 전략을 구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부터 이어온 ‘용인술’이다. 신뢰보다는 긴장감을 통해 전문경영인을 움직였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문화를 180도 바꿨다. 능력 있는 인재를 꾸준히 포용하고 그들이 퇴임할 때는 ‘현대차맨’으로서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 회장은 “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 문화 정착으로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며 현대차를 인재가 신뢰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 회장의 노력에 임직원도 적극 화답했다. 정 회장에게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냈다. 취임 초반, 젊은 오너가 기존 경영진에 휘둘리거나 마찰을 빚은 다른 그룹과 달리 정 회장은 순조롭게 회사를 장악할 수 있었다.

Innovation 혁신

실패를 두려워 말고 기존의 관념에 도전

KIA 구단이 올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배경에는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혁신’이 자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이범호 감독과 손승락 코치 영입이다.

KIA는 올해 초 프로야구 구단 중 최초로 1980년대생인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진갑용 수석코치보다도 7살 어린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당시 감독 후보로 거론된 이종범, 진갑용, 이동욱 등과 비교해 코치 경력도 부족했다. 팀 내 최고참 선수인 최형우와는 불과 2살 차이였다. 다른 구단이라면 나이와 경력을 이유로 절대 뽑지 않을 인사였다.

KIA는 달랐다. 나이와 경력보다는 ‘능력’만 파고들었다. 이범호 감독의 야구관, 선수단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완벽한 선수단 장악 능력과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손승락 수석코치 역시 관념을 벗어나 영입한 사례다. 2022년, KIA는 미국에서 막 코치 연수를 받고 돌아온 손승락을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뒤, 같은 해 바로 2군 감독으로 승진시켰다. ‘파격 승진’이었다.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손승락의 능력을 눈여겨본 KIA 구단은 지체하지 않고 손승락에게 감독을 맡겼다. 2024년에는 아예 손 감독이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시즌 도중에 1군 수석코치로 올리는 파격까지 단행했다. 역시 기존 관념에 매였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인사였다. 손 코치는 KIA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투수진 육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의 지도를 받은 KIA 투수진은 한국시리즈 기간,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정의선 회장과 ‘혁신’은 뗄 수 없는 단어다. 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혁신으로 현대차의 ‘스텝업’을 완성했다. ‘PYL’ 시리즈 실패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수많은 도전 끝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한국 완성차 업체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는 관념을 깨고 만든 쾌거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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