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 91.5조원, 코로나19 빼면 ‘역대 최대’…세수 결손이 치명

기재부 ‘재정동향 11월호’ 발표
9월 누계 총수입 439.4조원
관리재정 적자 역대 3번째 수준
법인세 등 세수 결손이 주요 원인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세수 결손이 결국 나라 살림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 적자다.

법인세 수입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내수 상태에 크게 영향받는 부가가치세도 예측이 어렵다. 재정 당국마저 향후 나랏빚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월간 재정동향 11월호’를 통해 1~9월 누적 재정 상황을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9월 누계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조1000억원 늘어난 43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총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24조8000억원 늘어난 492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9000억원 적자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사실상 나라 살림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참고로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주로 정부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쓴다.

9월 현재까지 기록한 91조5000억원 규모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였던 2020년 1~9월 관리재정수지는 108조4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이던 2022년에는 같은 기간 91조8000억원 적자였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목표다. 금액으로는 올해 91조6000억원이다. 9월에 이미 91조5000억원을 기록한 만큼 더 이상 적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향후 재정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위축으로 법인세가 여전히 예상치와 차이를 보인다. 9월에도 17조4000억원이 덜 걷혔다. 소득세와 부가세에서 각각 4000억원, 5조7000억원 더 걷혔기에 그나마 11조3000억원 감소 수준에서 막았다. 기업에서 못 거둔 세금을 서민 주머니에서 보충한 꼴이다.

정부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은 10월에 거둬들일 부가가치세다. 다만 이 또한 내수 위축으로 실제 세입이 예상만큼 들어올지 미지수다. 기재부 내부에서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9월 누계 정부 재정수지 표. ⓒ기획재정부

기재부 관계자는 “수입(세입)과 지출이 같이 늘고 같이 빠지면 재정 적자에 영향이 없겠지만, 수익이 빠졌는데 지출만 늘어나면 적자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지난해 등 예전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관리재정 적자가) 조금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회에서도 정부 재정운용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NABO, 이하 예정처)는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예산안 토론회’에서 “총수입 감소와 총지출 변동 가능성을 고려할 때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예정처는 정부 국세수입 예상치(382조4000억원) 중 약 4조원 정도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가 예상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기재부 예측과 다르다. 기재부는 2025년 예산안 및 중기재정전망 발표 당시, 내년부터 3% 아래(2.9%)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정처는 2025년 3.03%에서 2026년 3.2%, 2027년 3.1%, 2028년 3.1% 등 2028년까지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서도 세수 결손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예정처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결손은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만약 정부가 작년과 유사하게 지방 이전 재원을 미교부하는 등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수출-내수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경기 안정화라는 중요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정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과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세수 결손 일정 부분을 메우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예정처는 “외평기금의 재원을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활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되면 채무의 질이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