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가 내년 성장률 1%대 전망한 이유는[Why&Next]

박재현 2024. 11. 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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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회복세가 수출 부진 상쇄 못해
트럼프 당선 이후 전망치 추가 하향
금리 인하 필요성 커졌지만 환율로 딜레마 빠진 한은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 부진을 비롯해 내수까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오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내수가 서서히 회복되더라도 수출 부진을 상쇄할 만큼 회복세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1400원까지 오른 환율로 한은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항에 정박중인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수출 부진 만회할 정도로 내수 회복세 강하지 않아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진단한 IB들은 내수 회복세가 수출 부진을 상쇄할 정도로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 전에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한 권효성 블룸버그코리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수출의 해였지만 10월, 11월 상황을 보면 수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당초 내년 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전망했지만 수출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내수 모멘텀도 커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당초보다 전망치를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한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점이 1%대 전망의 핵심 요인"이라며 "내년 민간소비, 설비투자 성장률은 올해보다 다소 개선되겠지만 건설투자 위축은 지속되는 등 내년 중 내수의 부문별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며 "올해 전체적인 성장률을 견인한 건 순수출(순해외수요)이었고 내수(국내 수요)는 민간소비, 건설투자 부진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이 둘 사이의 관계가 전환돼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순수출은 역풍을 맞고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며 "내수가 회복되는 강도가 수출 부진을 만회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으로 내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IB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당선 전 1.8%에서 당선 이후 1.7%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4.6%에서 3.9%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함께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10~20%의 보편적 관세와 중국에 대한 6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도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장률 1%대로 떨어지면 잠재성장률 하회…디플레이션 우려 ↑

IB들은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며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게 될 경우 GDP 갭(실질GDP- 잠재GDP)의 마이너스 폭이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등 정책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은 자영업자 등 내수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내년에도 수출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내수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1% 후반대에 고착화되면 잠재성장률이 2% 이하로 점차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률 예상치 하회 시 한국 금리인하 시점 빨라질 수 있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1400원까지 오른 환율이 지속되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뉴욕증시 3대 주요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 소폭 하락으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 1400원을 넘어섰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제성장률 둔화, 근원물가 하락 추세, 통화정책 부양 효과 저하를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시중 대출금리가 선제적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가 선제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추후 한은이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함에 따라 내년 2회 추가 인하에서 3회 추가 인하로 전망을 변경했다"며 "만약 성장률이 예상치를 계속 하회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 측면까지 모두 고려하면 최적의 인하 폭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꽤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수를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겠지만 환율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은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면서도 "원화만 약세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미국 빼고 모든 주요국에서 통화 약세를 겪고 있기 때문에 환율을 상수로 두고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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