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자기자본' 20%로 유도…대출·규제·택지 인센티브
토지주 현물출자 땐 양도세 이연
금융사엔 비율 따라 '위험가중치·충당금' 차등화
금융권 장기임대주택 사업 진출도 적극 지원
PF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
정부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어김없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부각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저자본·고위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해 'PF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유도한다.
보통 시행사는 자기자본이 5% 이내로 소규모여서 저축은행, 캐피털 등의 브리지론을 통해 토지 매입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아 진행해 불안정했는데, 시행사가 PF 사업을 하는 법인을 만들어 토지 소유주의 현물출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20%)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자기자본비율을 20~40%로 높이면 저축은행, 캐피털 등의 브리지론을 받지 않아도 된다.
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에는 규제, 택지, 대출 등에서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도시규제 특례와 택지 우선 공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안정적인 금융회사가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에 대출할 경우 대출금액을 늘릴 수 있도록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은행,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동산 소유, 투자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금융회사는 업무용 목적 이외 부동산 소유가 허용되지 않고 자회사 방식도 15% 출자 제한이 있는데, 이를 풀기로 했다. 은행,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하게 되면 주택 수요를 촉진하고, 임대주택 사업이 대형화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와 효율성 향상으로 주택 임차인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4일 정부는 이날 오전 열린 경제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PF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공급은 활성화하기 위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현재 PF 시장의 70%가 주거시설인 만큼, 주택공급 활성화와 시장 안정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F 사업에 현물출자 방식이 안착되고 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에 금융사 자본투자가 확대되면 자기자본비율은 높아지고 금융비용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유휴토지 현물출자가 활성화하면 부동산개발시장 경기 활력은 물론, 주택공급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토지주가 PF사업에 토지를 현물출자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연해주는 방안을 내년 중 도입할 계획이다. 현물출자를 유도해 통상적으로 '자기자본 3%+브리지대출 27%+본 PF 대출 70%'였던 PF사업 구조를 '자기자본 30%+본PF대출 70%' 구조로 바꿔가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수도권 주요 지역의 나대지는 약 7000만㎡에 달하는데, 이 중 일부라도 현물출자로 유도해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는 사업비 절감은 물론, PF사업의 안정성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자본비율이 높으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내규 개정을 통해 PF 보증수수료도 할인한다.
정부는 또 시행자가 높은 자본비율을 통해 분양·준공에 그치지 않고 그 후 관리와 통합 운영까지 하는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특례를 부여할 방침이다. 현행 분양·준공 이후 청산구조는 운영까지 이어지는 선진국 사업방식 사례보다 자본확충 유인이 낮고, 공실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상반기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에 근거를 마련해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이 '규제'가 아닌 '유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PF 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의미가 없다"며 "부동산 시장과 경기 상황을 보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선진화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논의한다.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새로운 기준은 시행 이후 신규 대출부터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실행된 대출에는 현행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 계획도 내놨다. 리츠(REITs)를 통해 개발과 운영이 가능한 디벨로퍼에 입지가 우수한 공공택지 매입우선권을 제공해 안정적 개발과 운영을 유도하겠다는 게 골자다. 또한 전문적인 임대운영을 통해 부동산 자산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역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영세한 시행 형태에서 '개발+운영+금융'이 가능한 종합부동산회사를 육성하겠다"면서 "리츠는 주식의 30% 이상을 공모하도록 해 국민도 주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자기자본비율 '20%'까지 단계적 유도…비율 따라 '충당금' 차등화
정부는 2026년부터 자기자본비율 단계적 상향을 위한 로드맵을 가동한다. 일단 2026년 10%, 2027년 15%, 2028년 20%로 단계적으로 높여가되, 단계마다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핵심 인센티브는 '위험가중치·충당금 차등화'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비율이 20%를 넘는 PF 사업의 경우 현행 0.9%인 일반충당금 적립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반면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은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다. 위험가중치도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이 낮다고 투자를 못 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충당금과 위험가중치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이 충분한지 면밀히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권별로 상이한 PF 관련 규제체계도 정비한다.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규제, 거액신용공여 한도 규제, 업권별 부동산 익스포저 한도 규제 등을 점검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구현할 방침이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는 현재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는 자기자본비율 규제(20%) 도입을 검토한다. 다만 업권의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비율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책임준공 의무 관행 합리화
아울러 책임준공 관행 개선을 위한 TF도 내년 1분기 중 가동한다. 현재는 도급계약, PF대출계약, 신탁계약에서 책임준공 연장 사유가 각각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일하고 책임준공 미이행 시 손해배상 범위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는 무한정 맡지 않도록 대폭 줄여 신탁사의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수탁한도를 100% 이내로 제한하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신탁사의 토지신탁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한다. 현재는 대부분 차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기관투자가의 지분투자를 허용해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신탁사가 사업비의 15%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되, 기관투자가에 한해 지분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PF 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인허가부터 대출, 분양 현황까지 PF 사업 전반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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