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주였습니다"…고개 숙인 손정의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2024. 11.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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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 수준을 기록했지만,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부와와 감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상승 속도가 더뎌졌다. 현지시간 13일 오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을 바꿀 큰 변화는 없었다. 테슬라가 재차 반등을 이어갔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상승을 막았고, 소형주들도 오후로 가면서 낙폭을 키우는 움직임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9포인트, 0.02% 오른 강보합권에 그쳤다. 지수는 5,985.38로 6천선은 탈환하지 못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50.66포인트, 0.26% 내린 1만 9,230.74로 쉬어갔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7.21포인트, 0.11% 상승한 4만 3,958.19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이후 랠리를 이어가던 암호화폐도 오후들어 다소 상승폭을 줄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반 기준 24시간 대비 0.06% 내린 8만 8,652달러선에 거래됐고, 이더리움은 -3.55% 내려 조정을 이어갔다. 최근 랠리의 수혜를 봤던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도 0.9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 인플레이션 지표는 안도했지만..재반등한 미 국채금리 미국의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인플레이션 지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여러 상품, 서비스 물가를 종합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이로 인해 1년간 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기준 0.2% 월간 상승폭과 같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0.2%포인트 더 높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 경로가 지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즌 지난 10월 한 달간 0.3% 올랐고, 연간으로 보면 3.3%로 3개월 연속 정체된 양상이 나타났다.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에서 0.28%로 물가 둔화로 볼 수도 있지만, 주거비가 다시 오르는 등 세부 지표의 개선은 미미했다.

이날 국채 금리는 예상 수준의 소비자물가지수로 인해 장초반 10년물 기준 4.3%선으로 밀려 내려갔지만, 오후들어 반등하기 시작해 장 마감 기준 전날보다 1.8bp 오른 4.451%까지 올라섰다. 이날 오후 미 하원 개표 집계에서 공화당이 218석을 차지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에 오르는 ‘레드 스윕’으로 트럼프 차기 정부의 과감한 감세, 관세 정책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 개월간 감소하던 에너지 비용은 지난 10월에는 보합으로 나타났고, 식품 물가는 0.2% 오르는 등 전체 물가 수준의 하락 여력은 크게 약해졌다. 대신 올해들어 물가 둔화 여부를 가를 핵심으로 여겨진 주거비는 다시 뛰었다. 주거비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의 70%를 차지하는 가중치로, 지난달 0.4%, 주택 소유자의 등가임대료도 0.4% 올랐다. 또한 연초 하락하던 중고차 비용도 상승해 한 달 동안 2.7% 뛰었고, 여름철 성수기 하락하던 항공료가 3.2% 상승하는 등 운송 관련 비용도 증가했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렌 젠트너 수석 전략가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놀라운 점은 없었기에 12월에 연준의 금리인하를 재개할 수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관세와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이미 내년 예상보다 적은 횟수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과 1월 초에 동결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캐시존스 찰스 슈완 수석 전략가는 “예상치에 부답하긴 했지만 3개월 변동과 6개월 변동을 비교하면 상승세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고, 린제이 로스너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분석가는 “근원 물가는 12월 금리 인하를 궤도에 올리겠지만, 내년에는 완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가운데 오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제프 슈미트 캔자스 시티 연은 총재가 연이어 발언을 남겼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여전히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한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닐 카시카리 총재는 “당장의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를 확신한다"면서도 한 달간 지표를 더 봐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로리 로건 총재 역시 “금리인하 여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통화 정책의 더딘 인하에 힘을 실었다.

● "엔비디아 최대 주주였습니다"…250조 원을 놓친 손정의 미 경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도널드 트럼프?대통령 당선인의 행정부 구성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 의원과 함께 정부 효율성 위원회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 7월까지 백악관 예산관리실과 협력해 2조 원의 비용 절감과 정부 구조를 바꾸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미 연방정부의 2024회계연도 기준 6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가운데 낭비되는 예산과 인력 감축으로 파장이 예고되어 있다. 한편 트럼프 측근은 대선 과정 핵심 역할을 한 플로리다 팜 비치 억만장자들의 후원 속에 채워지고 있다. 수지 와일즈 수석 보좌관을 비롯해 국토안보부 등 강경 인사가 들어섰고, 국방장관에는 방송인 출신의 피트 해그세스, 법무장관은 맷 개츠 의원이 내정됐다.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당선 이후 첫 공개 대화를 진행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 안보와 국내 정책에 대한 의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 주목한 또 다른 이벤트는 일본 도쿄에서 현지시간 13일 오전 열린 엔비디아의 AI 서밋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2017년 당시 지분 4.9%를 보유했던 소프트뱅크그룹의 손 마사요시(손정의) 회장과 과거와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젠슨 황은 “마사(Massa, 손 회장의 영어 애칭)는 엔비디아의 최대주주였다”며 당시 ‘시장은 엔비디아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던 손 회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손 회장은 해당 발언에 불과 5년전에 놓친 본인의 투자를 아쉬워하며 황 CEO의 어깨에 기대 말을 잇지 못했다.

손 회장은 2016년 Arm홀딩스 지분 투자에 이어 2017년 당시 엔비디아 지분을 약 4.9% 가량 보유했다. 이후 두 기업을 합병하려 시도했으나 각국 정부의 반독점 등 규제로 무산된 여파로 2019년 약 33억 달러의 이익을 남기고 지분을 정리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당시 지분을 팔지 않고 현재까지 보유했을 경우 지분 가치는 달러 기준 1,7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0조 원에 달한다. 해당 투자에 대해 손회장은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도 엔비디아를 너무 일찍 팔아 손해를 자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도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AI에 기반해 슈퍼 컴퓨터 구축과 세계 최초로 구현한 AI-RAN 통신 등에 엔비디아의 블랙웰 반도체 등을 사용하는 등 협력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일본 보다 AI와 로봇 혁명에 강한 나라가 없다”며 “모든 기업체, 국가에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주 반도체와 AI 등에 91조 원 상당의 지원 방안을 내놓는 등 국가단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적 시즌이 이어지는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에도 시간외에서 1% 가량 하락 중이다. 시스코는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 138억 4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127억 7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익은 91센트로 컨센서스 87센트보다 높았다. 또한 연간 가이던스 역시 매출액 553억~563억 달러로 시장의 중간 값인 556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시각 3분기 실적을 공개한 남미 핀테크 업체인 누뱅크는 주당순이익 11센트, 활성고객수 9,170만 명의 성적을 발표해 시간외 4% 가량 상승 중이다.

테슬라가 이날 0.53% 뛰고, 아마존은 인공지능 투자 성과로 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2.48% 뛰었다. 반면 반도체 기업들은 크게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장중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1.36% 밀렸고, TSMC가 -2.67%, AMD가 -3%, 마이크론 -4% 등 전반적 하락을 보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는 이날 하루 2% 하락했다. 또한 전날까지 상승세를 지켰던 암호화폐 관련주는 크게 조정을 받았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7% 가량 내렸고, 코인베이스도 10% 넘게 내렸다. 전날 장 마감 이후 마라톤디지털 홀딩스가 3분기 매출과 순손실에서 시장 예상을 하회한 여파로 14% 하락하는 등 채굴주들의 동반 하락이 나타났다.

지수 전반의 랠리 숨고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목요일인 14일은 생산자물가지수 10월 지표 발표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이 FOMC 이후 처음으로 공개 발언에 나선다. 또한 디즈니, 머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의 실적 발표가 시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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