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곳에서도 국정농단을? 사과하십시오

박정훈 2024. 11. 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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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이 박정훈에게] 반환점 맞은 윤 정부, 이렇게 노동자 탄압했다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 <편집자말>

[박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훈님,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향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해 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 파업현장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입니다. 2022년 6월 거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2015년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30% 삭감되었습니다.

20년 넘게 일한 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지요. 임금체불과 4대보험 체납이 일상화되었고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노조라도 만들면 하청업체들은 폐업으로 맞섰습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습니다. 하청노동자 유최안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1㎥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2022년 6월 22일 당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하청노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노동 약자입니다. 그러나 막상 하청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니 대통령이 나서 공권력 투입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라며 파업 진압을 천명하였습니다. 바로 다음 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재차 하청노동자들에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7월 19일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가 헬기를 타고 파업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적어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원청과의 교섭이 불가능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대안이나 조선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요하게 파업 진압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언급하기 이틀 전인 7월 16일 명태균씨가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습니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명태균씨가 사측의 안내를 받아 파업현장을 방문 한 후 대통령에게 '파업을 정돈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라고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 "명태균 '조선하청 파업 개입' 의혹, 국정조사 해야")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농단이 노동약자의 파업 현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1㎥의 감옥에 가두어야 할 것은 하청 노동자 유최안이 아니라 무도한 정권이었습니다.

화물 안전운임제 폐지도 사과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며 삭발식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51일의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끝난 그해 겨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면서 지지율이 올랐다고 믿습니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한국에서 파업을 진압한 정부에게 지지를 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유였던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민 여론[1]을 물었더니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2022년 12월 6일에서 8일까지 3일간 한국갤럽이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48%로 과반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당정안이었던 시멘트·컨테이너 업종만 3년 더 연장하자는 의견도 26%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아예 없애버린 안전운임제 일몰 반대의견이 74%였던 것입니다.

국민들도 도로위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적정소득 보장을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 안전운임제도가 소멸되고 나서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급격하게 후퇴합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확대와 화물운송사업 안전 증진을 위한 정책대회에서 안전운임제도 일몰 이후의 생생한 실태가 발표되었습니다.

컨테이너 운송사 20개의 거래명세표를 분석한 결과 컨테이너 운송료는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3년 9월 이후 급격히 삭감되었습니다. 그 결과 화물노동자의 소득 역시 줄었습니다. 화물연대가 자체 설문조사와 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이후 화물노동자의 소득이 무려 45% 삭감됐습니다.(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도 안전운임제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이 30% 이상 삭감되는 노동약자였던 겁니다.

화물산업도 후퇴했습니다. 대기업 화주로부터 일감을 받는 운송사들 중 98%가 안전운임제 이후 운송료가 삭감됐다고 답했고, 95.17%의 운송사들이 저가입찰 경쟁으로 물량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화물산업을 시장에만 맡겨놓으니 영세한 운송사들이 난립하고, 이들의 저가경쟁으로 운송사들과 화물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시장실패가 일어난 겁니다.

안전운임제 시행기간 동안에는 화주와 운수사들이 가격입찰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바닥으로 향한 경쟁이나 불필요한 다단계 구조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안전 효과도 있었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안정적인 소득이 확보 가능했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면서 성능과 안전이 보증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유시간도 증가해 차량 정비 시간도 9%정도 늘었습니다.

안전운임제 폐지와 함께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운송사들은 이윤이 떨어지지만 화물노동자들은 수명이 단축됩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과적은 15%, 과속은 12.8%, 과로는 18.5% 감소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화물연대가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2024년 3월 기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11.1시간 늘어났습니다. 줄어든 소득을 노동시간으로 메우고 있는 겁니다. 이는 도로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2023년 기준 사업용 화물차 사고 건수는 6233건으로 하루 약 17건의 사고와 25.6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무려 1년에 146명이 화물차와의 사고로 사망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틈만 나면 화물연대 총파업을 탄압한 것을 정권의 성과라고 자랑합니다. 그들은 도로 위 화물노동자와 국민이 죽는 것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란 말입니까?

올 겨울 노동자들의 투쟁이 온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생단체 플랫폼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노동자가 헬멧을 쓰고 회견에 참가해 있다. 이들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택배·배달노동자 과로사 및 운임 문제 해결,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 민족의 시장지배적 기업 사전 지정 등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보호하겠다고 한 또 다른 노동약자는 플랫폼노동자입니다. 정작 플랫폼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그 필요성이 입증된 노조법 2,3조개정과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를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11일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의 국회앞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지부장은 '지난 10년간 최저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올랐지만 배달노동자들의 배달 단가는 3000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3000원 마저도 최근 플랫폼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실시간 배달료 때문에 1000원, 2000원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오르는데 정작 배달노동자가 가져가는 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을 비롯한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건당 임금 체계를 안전운임제와 같은 법정소득보장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20일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해 라이더 화물노동자들이 처음으로 공동투쟁에 나섭니다. 전통적인 특수고용노동자와 새로운 플랫폼노동자들의 역사적인 연대입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았던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안전한 사회, 평등한 일상, 윤석열퇴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2월 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철도노조와 민간도시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고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지옥철, 죽음의 급식실이라 불리는 현장들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도 모두 '안전'입니다. 인력감축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니 시민의 안전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겁니다. 모두 윤석열 퇴진만이 아니라 퇴진 이후의 미래를 그리는 싸움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부부싸움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선 노동자의 싸움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를 탄압하면서 지지율을 올렸지만, 그 탄압이 부당했다는 게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탄압이 과거에는 지지율을 올리는 지렛대가 되었지만,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넘어가는 지렛대가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1] [한국갤럽(12월 2주) 조사 개요] 의뢰처: 자체조사 / 조사기관: 한국갤럽 / 조사기간: 12월 6일~12월 8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조사방식: 무작위 생성(RDD, 무선 90%, 유선 10%)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 응답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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