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와 후폭풍 [서지용의 금융 톡톡]
최근 환율 급등 속 증시 부진 가속화
금통위 결정에 따른 긍정 효과 無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무색할 정도로 기대했던 내수 진작 등 긍정적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또한, 향후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로 인한 해외 원자재 도입단가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월 이래로 동결돼 오던 기준금리를 무려 21개월 만에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이미 0.5%p 내렸기에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그동안 내수 진작 차원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많았음에도 금통위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만을 기다렸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미 연준에 비해 뒤늦은 기준금리 조정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정책적 효과도 그리 크지 않고, 국내 물가 억제를 위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정책 기조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너무도 미미하다. 아니, 전혀 효과가 없는 듯하다. 오히려 그간 높은 대출금리로 고통 받던 차주들의 이자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효과적 통화정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대출 수익이 줄어든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대응이 주담대 금리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차주의 이자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금리 모두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고정형·변동형의 대출금리방식, 원리금 상환 또는 대출 계약 갱신 방식 등 사전에 수립했던 재무계획에 있어 차질이 불가피한 금융소비자의 당혹감도 간과할 수 없다. 자칫 낮은 예금 금리와 높은 대출금리로 인한 예대 마진 확대가 은행권의 이자 이익 증가로만 귀결될 수 있다.
비록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상한선을 지정하는 규제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은행권의 영업마진과 관련된 가산금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자칫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의 급등은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한 여파와 관련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은 지난해 초부터 지속돼 온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와 무관치 않다.
미 연준이 해당 기간 중 지속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한 것과는 달리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을 명분으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시장에 추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음을 스스로 밝힌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적인 가계대출 증가를 가져왔고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전격적 대출 총량규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다음으로 원·달러 환율도 문제다.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이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50원 내외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인하 이후 환율은 지속 상승해서 달러당 1400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최근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며,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달러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기준금리 수준을 반영해 원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증시 대비 낮은 국내 증시의 투자수익률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이탈에 따른 원화 매도·달러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어 당분간 원화 약세 기조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 지난 7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조5000억원을 상회한다. 당연히 해당 기간동안 코스피 주가지수도 대체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국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도 당초 기대했던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차주의 이자비용 절감, 민간소비 진작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민간소비 증가율을 1%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이전의 평균 3%에 육박하던 수준에 훨씬 미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KDI는 향후에도 내수 진작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증시 부진 지속, 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란 부정적 결과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물가안정을 위해 효과적인 통화정책에 집중했어야 했던 한국은행의 역할이 정말 아쉬운 상황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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