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노인 노동자’ 시대…연령별 취업자 60세 이상 최대 [정년 연장④]

장정욱 2024.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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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초고령사회 진입하는 한국
이미 60대 취업인구 전 연령대 ‘최다’
은퇴 후 기대수명까지 22.7년 남아
노동 기회 늘려줘야 사회 부담 줄어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부터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초고령사회는 ‘노인’의 기준을 변화시키고, 노동인구 고령화를 피할 수 없게 한다. 사실 한국은 이미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취업자 수 1위를 차지하는 사회다. 노동 연장 없이 이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들을 감당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0대 취업자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9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만2000명 증가한 674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이는 198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경제 허리’라 부르는 40대(619만1000명)와 50대(672만 명)를 뛰어넘은 수치다.

연령대별로 60세 이상이 가장 많고 이어 50대와 40대, 30대(547만3000명) 순이다. 20대와 15∼19세는 각각 356만9000명과 14만20000을 기록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은 인구가 일하는 셈이다.

9월 전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도 23.4%로 역대 최고다. 초고령사회 노인 인구 비율(20%)을 웃돌고 있다. 해당 비중은 2021년 5월(20.2%) 20%를 처음 돌파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올해 5월(23.1%) 23%를 넘었다.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1982년 7월만 해도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6.0%였다. 20대(26.8%)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었다. 50대 취업자 비중도 13.9%로 60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에서도 고령층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7월 창업기업은 9만5000개(부동산업 제외)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창업주가 60세 이상인 창업기업은 1만3000개로 14.6% 늘었다.

7월 창업기업 중 60세 이상 창업기업 비중은 14.0%로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전체 월간으로도 지난 3월(14.1%)에 이어 역대 2위다.

지난 2022년 6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린 중장년일자리박람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게시판에서 채용 정보를 찾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 최소 생활비 절반 수준

60세 이상 인구의 취업과 창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노후가 길어지는 탓이다. 현재 60세 정년에서는 퇴직 후 비경제활동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길다. 기대수명이 82.7세에 달하고 있으니, 수치상으론 은퇴 후 22.7년을 무노동으로 살아야 한다.

임대소득 등이 없다면 60세까지 모은 돈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작 은퇴 후 삶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는 절반도 채 안 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 5명 가운데 2명은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한 결과 노후 준비 필요성을 느낀다면서도 정작 준비하는 사람은 56.9%에 그쳤다.

노후 준비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가 76.7%를 차지했다. 당장 먹고살기에 바쁘다 보니 정작 ‘내일’에 대한 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2021년 조사한 ‘제9차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이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에 드는 ‘최소 생활비’는 개인 기준 124만3000원이다. 부부 기준으로는 월평균 198만7000원이다.

부부 기준 약 200만원, 개인 기준 124만원의 최소 생활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노령연금) 수령자 평균 수급액은 64만원 수준이다. 1인 기준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절반의 금액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아니면 노인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마저 포기해야 한다.

경제 사정이 더 취약한 경우도 있다. 2021년 기준 연금을 받는 고령층 64%는 월 50만원도 안 된다. 통계청 ‘2016~2021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90%가 연금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64.4%인 500만여 명은 월평균 5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일한 근로 조건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유연한 임금체계를 전제로 노사 간 대화로 협의를 이뤄야 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일자리 뺏는 늙은이? 이대로면 노인 부양에 ‘청춘’ 바칠 수도 [정년 연장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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