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찌꺼기 속에서 콩이 자란다…美 대두 생산량 높인 방법 [쿠킹]
오하이오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대두를 생산하는 주다. 대두 농가가 2만5000여개나 된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을 농장에 초대한 채드 워너는 이곳에서 4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2022년 미국 농무부 농업통계국이 주관하는 미국 농업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농장의 약 95%가 가족이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가족농장의 형태인 셈이다. 이는 미국 대두 농가들이 지속가능한 농법을 실천하는 이유기도 하다. 건강한 땅, 건강한 환경은 그들이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오하이오주는 다른 주와 비교해 동일 면적당 자라는 대두의 양이 많다. 2023년 오하이오주의 1에이커당 대두 생산량은 58부셸로, 미국 평균 대두 생산량인 53부셸에 비해 5부셸 정도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워너는 농장을 소개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워너 농장의 규모는 1800에이커로 잠실운동장 70개를 합친 것보다 넓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두 밭의 풍경은 대자연의 초원을 연상케 했다. 워너는 밭 한가운데서 설명을 시작했다.
“비결은 이것입니다.”
워너가 가리킨 밭에는 지난해 수확한 옥수수의 잔여물이 남아 있는 상태로 대두가 자라고 있었다. 지속가능성 농법 중 하나로 알려진 윤작이다. 한 가지 작물만 재배하면 관리는 편하지만, 토양 속 특정 영양분만 고갈되거나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해 토양 영양성이 떨어진다. 반면 윤작을 하면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토양의 영양성과 생물 다양성이 증진된다.
윤작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피복작물을 심는 이유기도 하다. 피복작물은 수확을 목적으로 심는 작물이 아니다. 땅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심어 자연스레 토양의 영양분이 된다. 워너는 “지속가능한 농법 도입한 이후 토양 속 미생물 수가 3배 정도 증가하고, 대두의 물 침투성도 높아졌다. 대두의 건강 상태가 좋아져 비료 사용량 역시 감소했다.”고 말했다.
워너 농장은 경운도 하지 않는다. 경운은 땅을 갈아엎는 것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토양을 부드럽게 만들어 파종을 용이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된다. 토양 침식의 우려도 있다. 경운을 하지 않으면 토양의 탄소 방출을 줄이고 침식을 막을 수 있다. 경운할 때 사용되는 기계의 연료와 비료의 사용 또한 줄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농법을 시행한 이후 미국 대두 생산에 많은 환경적 변화가 일어났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토양 침식이 34%, 관개용수 사용이 60%, 온실가스 배출이 43% 감소했다. 사용하는 토양의 면적도 48% 감소했다. 오히려 에너지 사용 효율은 46%, 생산량은 130% 증가했는데, 같은 크기의 땅이더라도 전보다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대두가 생산된다는 의미다. 미국 대두 농부들은 2025년까지 수확량과 에너지 사용 효율 10% 증가, 토양 침식 25% 감소, 온실 가출 배출 1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미국대두 지속가능성 보증규약(SSAP, Soy Sustainability Assurance Protocol)’ 인증서로 확인이 가능하다. SSAP는 농부들이 지속가능한 농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국제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대두협회(USSEC)가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생물 다양성 및 탄소 발생 관리’ ‘생산 방식’ ‘공공 및 노동자의 보건복지’ ‘지속적인 생산 관행 개선과 환경보호’ 네 가지 지침과 ‘토양 관리’ ‘물 관리’ ‘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 ‘생물 다양성’ 등 11개의 요소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농부들은 매년 SSAP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해 감사를 받는다. 이때 투명한 감사를 위해 제3자인 미국 농무부(USDA)의 자연자원보전국(NRCS)이 개입한다. 감사에 통과한 대두는 SSAP 인증서가 발급되어 해당 미국 대두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인증서에는 탄소발자국 발생량이 기재되어 있어서, 인증받은 대두를 수입함으로써 탄소발자국을 줄이는데 얼마큼 이바지했는지도 함께 알 수 있다. 설명을 끝낸 워너는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힘들더라도 토양을 지키고 미래세대를 위한 일에 더 열심히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김경진 쿠킹 기자 kim.kyeo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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