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고 D-1…벌금 100만원이 가른다, 정국 시나리오 셋

심새롬, 이창훈, 김정재 2024. 11.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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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운명의 날’로 일컫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 신분으로 받는 첫 법원 판단이다. 이번 선고는 현재 이 대표가 피고인인 4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성남FC ▶쌍방울 대북 송금) 가운데 가장 먼저 내려지는 판결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나 적잖을 파장에 여야의 셈법이 한창이다.

선거법 1심 3가지 시나리오 그래픽 이미지.


①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


최대 쟁점은 당선무효형 여부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공직 취임·임용도 불가능하다. 현재 야권의 독보적 구심점인 이 대표에겐 치명상이다. 민주당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시간과 여지가 남겠지만,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당선 무효형이 떨어지면 이를 진두지휘하는 당 대표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국민의힘이 ‘당선 무효 그 후’를 벼르고 있다. 현행법상 당선자나 후보자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잃으면 앞서 보전받은 선거보전금도 전부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노리고 1심 판결 직후 지난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원을 가압류·가처분하겠다며 입법 검토에 착수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실현 여부를 떠나 이 대표를 공격하는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가 당분간 단일 전선으로 이 대표를 공격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권으로서는 당장 김건희 특검을 막을 정치적 명분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함께 시간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곧장 “판사 탄핵”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항소심과 대법원 선고를 염두에 두고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본격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야권 권력 재편 움직임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고를 이틀 앞둔 13일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나란히 공개 메시지를 낸 걸 두고 민주당에서는 “대안 세력 구축을 위해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친명계 관계자는 “이들이 표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지만, 유죄 선고가 나오면 화살은 우리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②벌금 100만원 미만 유죄


유죄일지라도 100만원 미만 벌금형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3일 CBS 라디오에서 “피선거권 박탈을 벗어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유죄라도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양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에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양형(벌금 50만원)이 가벼워 정치적 타격을 피해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특검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악화일로일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유죄=범죄자’를, 민주당은 ‘정치적 면죄부’를 부각하며 같은 판결을 정반대 시각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열흘 뒤로 예정된 이 대표의 두 번째 1심 선고(위증교사)를 비롯한 나머지 판결의 정치적 의미도 무거워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선무효형이나 무죄 선고 시 법원이 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100만원 미만의 유죄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가장 크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여의도가 건건이 판사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탄핵까지 예고하는 상황에서 일부러 무리한 판결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초자치단체장 교육 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③무죄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에는 여권의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법원의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때보다 후폭풍이 더 클 것”(전직 의원)이라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직후 치러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패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장 무죄가 선고되면 지금까지 유죄를 확신했던 당과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한동훈 대표도 적잖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최근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을 자제하고,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법원에서 무죄가 나와버리면 김건희 특검을 방어할 명분이 사라지고, 오히려 여당 내에서도 ‘특검을 조건부로 받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도부가 본격적인 대통령 탄핵 공세를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적 자신감을 토대로 보다 공격적으로 진영 결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정권이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라며 “언제 확실히 행동할지 타이밍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심새롬·이창훈·김정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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