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 물러나겠다” 마지막 승부수

윤준식 2024. 11. 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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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격을 받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벼랑 끝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MBK·영풍 연합 측이 보유한 지분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모두 과반에 미치는 못하는 상황에서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주주들의 표심을 돌려보겠다는 취지다.

이사회 의장 변경을 비롯해 최 회장이 밝힌 주주친화 우대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의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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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철회… 시장 혼란 사과
사외이사에 의장직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환원 정책 등 약속
주주친화정책으로 표심 공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조50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알리고 시장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격을 받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벼랑 끝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고 주주친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소액주주·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경영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넘겨주는 결단을 내렸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신고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최 회장은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직 선임·외국인 이사 선임·소수주주 다수결 제도(MoM) 등 주주친화 정책 패키지를 쏟아냈다. MBK·영풍 연합 측이 보유한 지분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모두 과반에 미치는 못하는 상황에서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주주들의 표심을 돌려보겠다는 취지다.

우선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기로 결단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이끌면서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 해외 투자자·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와 기업설명(IR) 전담 사외이사 임명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서는 MoM 제도를 정관에 도입할 계획이다. MoM은 이사회 구성 및 주요 경영 판단 과정에서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분기 배당과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 결정을 통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최 회장은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할 사람들은 고려아연을 믿고 사랑하시는 수많은 주주”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고려아연 트로이카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현재 3만4000t 수준의 전기동 생산량을 2028년까지 15만t으로 늘리려 하는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 원료”라며 “도시 광산에서 대량의 재활용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가 밀집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광산에서 채굴하는 동보다 재활용 원료로 만든 동이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원료 확보 시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영권의 행방을 결정할 주총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이사회 의장 변경을 비롯해 최 회장이 밝힌 주주친화 우대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의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영풍·MBK 연합은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데 현 경영진이 소집에 동의하거나 법원이 영풍 측 소집 요청을 받아들이면 연내에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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