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에게 ‘정부효율부’ 맡긴 미국의 파격 발상 신선하다

2024. 11. 1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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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합성 사진 / 엑스


트럼프, 일론 머스크 등에 ‘규제 차르’와 정부 개혁 맡겨


발빠른 미국 차기 인선, 우리 인구부는 언제쯤 출범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했다. 정부효율부는 미국 연방정부의 정식 부처는 아니다. 어떻게 운영될지도 아직 명확지 않다. 정부효율부 수장은 연방공무원이 아니어서 재산 공개나 이익충돌 방지 등의 의무에서도 벗어나 있다. 머스크가 지었다는 부처 이름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앞글자를 따면 머스크가 사랑하는 밈 코인인 도지(DOGE)다.

트럼프에 따르면 정부효율부는 정부 바깥에서 백악관에 조언하고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협력해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이끌고 정부 업무에 기존에 없었던 기업가적 접근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머스크는 연간 연방지출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조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정부 관료주의 해체, 과도한 규제 철폐, 낭비되는 지출의 삭감이라는 ‘미국 구하기(Save America)’ 운동의 핵심을 민간 기업가에게 맡긴 점은 신선하다. 정부 규제의 대상이었기에 규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인을 ‘규제 차르’에 임명하는 트럼프의 파격 용인술은 우리의 상식과 관행을 뛰어넘는다. 과도한 정부 규제를 막기 위해 1998년 설치한 한국의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 위원장은 줄곧 교수나 전직 관료가 맡아 왔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건 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규제 하나를 만들 때 열 개를 철폐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규제 신설 땐 규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 폐지를 의무화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룰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의원입법으로 규제개혁위 심사를 우회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시민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5개월간 발의된 4503건의 법안 중 1345건(30%)이 규제 법안이다. 21대 국회 첫 5개월간 발의된 규제 법안 건수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 자율을 옥죄는 규제 법안을 쏟아내면서 기업이 잘되고 주가가 오르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당선 직후부터 장관과 보좌관 등 요직 인선을 이어가는 것도 부럽다. 우리는 여야가 공감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출범조차 시키지 못했다. 인구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부처 출범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인구부 예산은 담지도 못했다. 트럼프의 발 빠른 인선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답답해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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