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 헌법재판관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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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3인 공석 사태, 여야 정쟁으로 장기화
조속한 추천으로 헌재의 기능 정상화시켜야
헌법재판소의 ‘6인 체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대해 헌법재판관이 “국회의 뜻은 헌재가 일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 1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국회 측 인사들을 향해 “지난달 재판관 3명이 퇴임하고 거의 한 달째 재판관 전체가 모여서 하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는데, 지난달 18일부터는 원칙적으로 이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전날 이종석 전 헌재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퇴임하고 빈자리를 채울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국회에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심리의 경우 그가 낸 정족수 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가능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다.
책임은 김 재판관 말처럼 국회에 있다.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데, 이번이 그 경우다. 지난달 퇴임한 3명은 2018년에 더불어민주당(여당), 자유한국당(야당), 바른미래당(원내 3당)이 한 명씩 추천했다. 하지만 현재는 교섭단체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뿐이라 각각 한 명을 추천하고 남은 한 자리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를,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이유로 자당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갈등의 배경엔 헌재의 막강한 권한이 있다. 법률의 위헌 결정, 정당 해산 결정은 물론 탄핵 결정도 내린다. 이런 중요 사안들을 다루는 재판관 자리에 각 당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인사를 최대한 많이 추천하려다 보니 타협점을 못 찾아 왔다. 헌재는 2014년에 재판관 공석 사태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위헌 확인소송에서 재판관 퇴임 시 제때 후임자를 뽑을 의무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 바 있지만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사건 처리도 밀리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3명씩 참여하는 3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 심판 사전심사를 맡는데, 각 부에 재판관 2명씩만 남아 심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매달 말 이뤄지는 전원재판부 사건 선고가 이번 달에는 아예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탄핵 결정과 같은 중요 내용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6인 체제에서는 만장일치로만 가능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어제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가 출범했다. 헌재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킨 마당에 설득력이 없는 모양새다. 하루속히 정쟁에서 벗어나 헌재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헌법적 판단을 제대로 받을 국민의 권리를 복원시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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