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부터 트럼프와 밀착한 머스크 ‘최고의 베팅’

김철오 2024. 11. 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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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너서클] ② 사업가와 골프 친구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손녀 카이(왼쪽 네 번째)가 지난 7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일가족 사진에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번째)가 아들을 안고 등장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가족의 일원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엑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하고 첫 휴일을 맞이한 지난 주말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세계 1위 재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카트를 함께 타고 돌아다녔다. 트럼프 당선인의 17세 장손녀 카이는 이곳에서 머스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지난 10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리고 “일론이 삼촌(uncle) 지위를 얻고 있다”고 적었다. 카이에게 삼촌이라면 트럼프에게는 아들인 셈이다. 트럼프 일가가 머스크를 가족처럼 생각할 만큼 깊은 유대감을 쌓은 사실이 카이의 짧은 글에서 드러났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골프장 인근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의 선물 가게로 데려갔고,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동석한 식사 자리에도 함께했다. 머스크는 대선 당일인 지난 5일부터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체류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내년 1월 20일)과 자신의 장관급 공직자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테슬라를 재건해 전기차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육성했고, 로켓을 로봇팔로 잡아 재사용하는 방식의 지구 귀환 기술을 성공시켜 화성 탐사 시대를 앞당긴 머스크의 대담하고 파란만장한 도전사에서 ‘트럼프 베팅’은 일생일대의 운명을 건 승부수였다. 월가에서는 “최고의 베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선임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지금까지 해온 전략적 승부 중 최고는 트럼프 베팅”이라며 “트럼프의 재집권에서 최대 승자는 머스크”라고 말했다.

전기차·태양광 같은 친환경 사업을 하는 머스크는 당초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강제 폐쇄된 테슬라 공장의 재가동을 강행하거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2022년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ESG지수에서 테슬라가 탈락하자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내가 한때 투표했던 민주당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 됐다. 이제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척점에 있는 트럼프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본격적인 ‘브로맨스’는 4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머스크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며 ‘트럼프 베팅’을 시작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지지 성향 유권자를 매일 1명씩 추첨해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지급하는 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 새벽 트럼프는 “일론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13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연방정부 조직 개편과 예산 감축의 막강한 권한을 손에 넣게 됐다. 2022년 10월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해 지금의 엑스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한 바 있는 머스크는 대대적인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80만명을 대표하는 연방공무원노조(AFGE)는 이미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외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 머스크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머스크가 배석했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에게서 수화기를 건네받아 젤렌스키와 직접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외에도 다수의 사업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의 골프 친구들이 요직을 맡을 수 있다. 트럼프는 13일 부동산 투자자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특사로 내정하며 “영리 및 자선 사업에서 존경을 받는 인사”라고 소개했다. 위트코프는 지난 9월 골프장에서 트럼프에 대한 2차 암살 시도가 있었을 때 트럼프와 함께 라운딩 중이었다.

다른 골프 친구로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인 하워드 러트닉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트닉은 이미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아 인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러트닉과 헤지펀드 키스퀘어 CEO인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2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이 베센트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장관 물망에 올랐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자산 처분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후보군에서 물러났다.

러트닉과 함께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은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은 상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맥마흔도 프로레슬링단체 WWE를 경영한 사업가 출신이다.

정권 인수 회의에 참석하는 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마러라고 내부 분위기가 스타트업 같다”며 “최고의 인재들이 회의실로 모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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