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以道事君 不可則止(이도사군 불가즉지)
2024. 11. 14. 00:17
노나라의 권신 계씨가 공자의 제자인 자로와 염유를 가신(家臣)으로 삼자, 계씨의 아들 계자연이 공자에게 “자로와 염유는 대신(大臣)이지요?”라고 물음으로써 비아냥거리며 자랑한다. 이에, 공자는 “대신이란 도로써 군주를 섬기다가 더 이상 섬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만 두는 법이오. 그들은 구신(具臣)일 뿐이오”라고 답했다.
‘육사신(六邪臣)’이란 말이 있다. 구실도 못하면서 수만 채우고 있는 ‘구신(具臣)’, 아첨하는 ‘유신(諛臣)’, 간사한 ‘간신(奸臣)’, 모함을 일삼는 ‘참신(讒臣)’, 반역을 도모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등 여섯 부류의 사악한 신하를 이르는 말이다.
군주는 신하에게 달렸다. 대신이 많으면 현군이 되고, 육사신이 많으면 암군이 된다. 대신은 힘을 다해 암군을 말리다가 끝내 말을 듣지 않으면 말리기를 멈추고 직을 떠난다. 버리고 떠나는 것으로나마 암군의 반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대신에 해당하는 이가 있기나 한 걸까? 대부분 육사신 부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오판일까? 대통령 지지율 19%인 상황이다. 떠남으로써라도 말리는 대신이 필요한 때이다. 떠나는 게 오히려 돌아오는 길이며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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