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잃은 韓 경제… 나홀로 ‘검은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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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만 급락하는 '검은 수요일'이 현실화됐다.
성장이 한계에 이른 한국 경제 현실이 증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고 있고 이것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IT 주도권을 잡지 못해서였다. AI 주도권을 잡지 못한 한국 증시의 앞날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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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한계… 정부 대책도 없어
AI 분야 뒤처져 성장 동력 불투명
한국 증시만 급락하는 ‘검은 수요일’이 현실화됐다. 13일 코스피는 2500선을 내준 지 하루 만에 2410선까지 미끄러졌다. 코스닥은 700선을 내줬다. 상장기업들이 이익창출 능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증시 급락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 수혜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는 단지 ‘트리거(방아쇠)’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4%(65.49포인트) 내린 2417.08에 마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8.77% 폭락한 8월 5일 ‘블랙먼데이’ 종가(2441.55)보다 더 낮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6630억원으로 2000조원이 붕괴됐다.
삼성전자는 4.53% 하락한 5만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만전자’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10원에 거래되면서 환차손에 노출된 외국인이 대거 손절매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은 2.94%(20.87%) 내린 689.65에 장을 마치며 심리적 지지선인 700선을 내줬다.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를 해소할 선결요건으로 꼽혀온 공매도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도 이번 사태에선 다소 비켜 있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장 전문가는 “우리보다 지배구조가 더욱 불투명한 중국 본토 증시도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한계에 이른 한국 경제 현실이 증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고 있고 이것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다”며 “트럼프 트레이드 반작용은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 차원에서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도 증시 상승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새로운 혁신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도국과 격차가 벌어진 게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IT 주도권을 잡지 못해서였다. AI 주도권을 잡지 못한 한국 증시의 앞날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1% 포인트 하향 조정해 잠재성장률 수준(2.0%)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엔 불확실성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상황을 엄중히 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대외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 주식 저평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구정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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