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에 불안한 美여성들, 낙태약 사재기에 ‘4B 운동’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여성의 재생산 권리 제한 등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임신중절약(낙태약) 사재기 현상과 ‘4B(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 권리 후퇴 우려…낙태약 수요 17배 증가
미국 전역에 낙태약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에이드 액세스’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낙태약 요청이 급증했다”며 “임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약을 비축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대선 이후 하루 동안 1만 건의 낙태약 주문이 접수됐으며, 이는 평소의 17배를 넘는 수치다.
원격의료를 통해 낙태약을 처방하는 비영리단체 ‘저스트 더필’ 역시 선거 직후 임신 대비용으로 낙태약을 요청하는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낙태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플랜씨’는 선거 이후 방문자가 평소의 20배에 달하는 8만여명을 기록했다.
낙태약뿐 아니라 피임 수술 수요도 급증했다. 미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정관 수술 예약이 전날 대비 1200% 증가했고, 자궁 내 피임장치(IUD) 삽입술 예약도 760%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트럼프 1기 시절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에서 2022년 폐기된 사실을 언급하며 “많은 여성이 트럼프 집권 이후 낙태약에 대한 접근성이 사라질 것을 걱정해 약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전국낙태연맹(NAF)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낙태권에 대한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며 심각한 일”이라며 많은 여성이 혼란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과실 이혼법 폐지 두려움도 퍼져
여성 권리 축소에 대한 우려는 낙태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공화당 강세 지역인 미시시피주와 사우스다코타주 등에서 ‘무과실 이혼법’ 검색량이 급증하며 이혼법 개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고객들에게 “권리를 박탈당하기 전에 이혼 절차를 진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현재 미국의 모든 주에서 무과실 이혼이 가능하다. 무과실 이혼은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지 않고도 성격 차이 등의 이유로 결혼 생활을 종료할 수 있는 제도이다. 1969년 캘리포니아주가 최초로 도입한 이후, 뉴욕주를 비롯해 전역에서 해당 제도가 시행 중이다. 2022년 미국사회학협회에 따르면 이혼을 원하는 여성 70%가 무과실 이혼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학자들은 이혼법 개정이 주 의회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연방정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클린 로스쿨의 마가렛 리즈나르 교수는 “결혼할 헌법적 권리는 있지만 이혼할 헌법적 권리는 없다”며 “이는 이혼법이 연방 법원에 상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며 무과실 이혼 개정 움직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여성들, 한국발 ‘4B 운동’에 주목
일부 미국 여성들은 한국에서 시작된 ‘4B(비·非) 운동’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지향하는 ‘4B 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으며, 이는 트럼프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미국 여성 애슐리 폴라드(36)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깨닫고,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B 운동’이 미국 사회에 퍼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지만, 권리 보호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엌으로 돌아가” 여성 혐오적 표현 증가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트럼프 당선 직후 여성 혐오 발언이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SNS에는 ‘너의 몸은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과 ‘부엌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라는 표현이 퍼지고 있다.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는 구호인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비꼰 것으로 여성의 전통적 성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ISD는 “여성 혐오자들이 선거 결과를 빌미로 여성 권리 제한에 대한 서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여성 재생산 권리에 대해 “낙태권은 주 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차기 행정부가 여성의 생식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나 보험사가 시험관아기 시술(IVF)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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