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재고용된 정년 퇴직자 조합 재가입 추진
현대차 노조 논란 확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추진한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오는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현대차 지부 규정 개정 안건’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대의원 과반수가 참석해 3분의 2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기술 및 정비직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단체협약을 통해 1년 근로한 뒤 1년 더 일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정년퇴직 후 2년을 계약직으로 더 일할 수 있는 셈이다.
경영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사례인 만큼 이번 현대차 노동조합의 사례가 다른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계 전반에서도 계속 고용 정책에 대해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숙련 재고용 직원 노조 재가입 추진에 대해 투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수십 년간 조합원 지위를 유지했던 선배님들인 만큼 예우 차원에서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임금 투쟁이나 복리 후생 확대 투쟁을 위해서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가입이 허용되는 숙련 재고용 직원들은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쉽게 말해 지부장 선거나 대의원 선거에 직접 후보자로 나설 수 없다. 다만 지부장이나 대의원 등을 선출하고 파업 여부 등을 결정하는 투표권은 부여된다.
현대차 내부에선 일부 젊은 직원들의 반발 목소리도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역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숙련 재고용 직원으로 인해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결정을 일종의 ‘묘수’로 평가한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차가 매년 2000명가량 정년퇴직 직원을 재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조합원으로 재가입할 경우 내년 기준 현대차 전체 노조원(약 4만3000명)의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노조 입장에선 전체 노조원 수가 증가하는 효과와 추가로 조합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기는 셈이다. 통상 현대차 생산직 직원이 납부하는 조합비는 신입 사원 기준 한 달 약 4만6000원가량이다.
수십년간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충성 조합원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노조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상대적으로 젊은 조합원들이 강경 파업 대신 대화와 타협 등 실리 위주 해결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연령별 인력 현황을 보면 30세 미만 임직원은 2021년 2만3689명에서 지난해 2만697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50세 이상 임직원은 같은 기간 3만5805명에서 3만3950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숙련 재고용 조합원 수가 늘어날수록 노조는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임금 인상, 복리후생 확대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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