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선 깨진 코스닥…외국인 엑소더스에 ‘5만 전자’도 위태
코스피가 나흘 연속 하락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지난 8월 5일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이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밑돌았다. 더 세진 ‘트럼프 트레이드’에 원화가치는 장중 1410원대까지 추락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3일 2403.76 이후 딱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도 1970조6632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2.94% 하락하며 689.65로 장을 마쳤다. 지난 8월 5일 이후 약 석 달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팔자’였다. 13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12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1일에는 4821억원, 12일에는 309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매도세가 더 강해진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3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4.53% 내린 5만6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5만 전자’ 지키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900원을 기록한 이후 4년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에는 상승 추세였지만 결국 전날보다 1.56% 떨어진 18만290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반도체 매도세가 코스피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 무역분쟁 우려, 취약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중국의 부양책 실망감이 겹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됐다”며 “외국인 대규모 매도 중심에는 반도체, 특히 삼성전자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 부진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발 ‘강(强)달러’ 현상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외국인 국내 증시 매력도 하락→외국인 국내 증시 매도→원화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3.1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406.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9월 말(1307.8원) 대비 40여 일 만에 98.8원 하락했다. 이날 원화값은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1달러당 1411.02원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트럼프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원화가치는 연일 연저점 기록을 고쳐 쓰고 있다. 주간 거래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7일(장중 달러당 1423.7원)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유럽과 중국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유로·위안화 약세로 이어졌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서 원화가 큰 부담을 받고 있다. 당분간 흐름을 바꿀 변수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정점을 지나면서 투자 심리를 진정시켜주느냐 여부에 따라 코스피와 삼성전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주가 조정은 과도한 면이 있다. 기술적으로 한국 시장은 저점에 근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윤서·염지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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