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무엇이 문제인가?

김성수 2024. 11.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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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습니다] <해외입양 그 이후> 를 펴내며

[김성수 기자]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며 수많은 해외입양인들과 해외입양인 인권옹호단체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 한 지가 어느덧 10여 년이 넘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10여 년간 내가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들 중의 일부다.
 해외입양 그 이후 - 우리가 축하하고 칭찬하던 시간에 일어났던 일
ⓒ 시커뮤니케이션
이 책 <해외입양 그 이후>는 크게 3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1장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공부하며 고민한 해외입양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다.

2장은 내가 지난 20년간 수많은 해외입양인 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의 역정을 듣고 느낀 점에 대한 감회, 즉 해외입양인들의 기막힌 사연을 정리한 것이다.

3장은 내가 지난 10여 년간 만난 수많은 해외입양인 인권옹호 운동가나 연구자들로부터 배우고 느낀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해외입양인 중 비혼모의 비중은 99% 정도다. 즉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비혼모를 죄악시 하고 그들의 자녀를 차별하며 지원하는데 있어서 극도로 인색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세상에 부모를 선택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아동이 어디 있나? 그리고 흔한 말로 아이가 무슨 죄가 있나? 부모가 누구이냐 무관하게 모든 아동은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입양 현실은 세계 3-4위 수준(누적 1위)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원조국이자 세계10대 경제대국이며 세계 최저출산국가이지만 지난 2022년에만 142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비인도적, 무분별한 해외입양을 줄이려면 아니 아예 없애려면 정부의 과감한 비혼모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모든 인간은 부모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차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후부터 1990년대 까지 해외입양, 즉 아동수출 전 세계 1위 국가였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고려했을 때 정말 너무도 부끄러운 수준의 기록이다. 우리는 지금 '한류'와 K-POP만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우리의 소중한 아동을 수출하고 판매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외의 '아동수출국'으로는 우크라이나, 중국 등이 있다. 대부분은 미국으로 입양된다. 출산율은 세계최저인데 해외아동입양은 1~3위라는 오명은 그만큼 우리들의 아동인권 의식이 낮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내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비혼모가 낳은 경우다. 우리사회는 비혼모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 차별이 너무나 심각하다.

또한 아이를 해외입양 보냈을 때 이를 중계하는 사설 입양기관이 받는 수수료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입양은 한 아이 당 사설 입양기관이 약 27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해외입양은 국내입양 10배에 달하는 약 2200만 원을 사설 입양기관이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국내 입양기관의 지난 2020년 해외입양 수수료 규모가 46억 7천만 원이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까놓고 이야기 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도 돈을 받고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해외에 판매하여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입양인들의 슬픔과 고통에 귀기울여야

내가 아는 한 해외입양인이 있다. 그녀는 간난신고 끝에 10여 년 전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와 가까스로 친모와 언니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 1970년대 '먹고 살기 힘들어' 친모가 큰 딸은 직접 키우고 작은딸은 생활고로 양육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친모와 큰딸은 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고 작은 딸은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던 것이다.

그 해외입양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한국공장에서 일하던 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내 동생(미국입양인)은 미국에 입양 가서 대학도 나오고 영어도 잘하잖아요." 그 언니는 동생의 미국 입양생활을 마치 유복하고 행복한 미국유학 생활 정도로 여기며 오히려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때 둔기로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이 멍멍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 정말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마음속 깊이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언젠가 '해외입양,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반드시 책을 써야겠다!

나와 인터뷰를 한 수많은 해외입양인들 중 몇 분이 내게 던진 몇 마디가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국가족 찾기를 포기할 수 없어요. 그러나 집착은 안 하려고 노력해요. 집착했다가 한국가족을 못 찾으면 제 삶이 너무 비참하잖아요."

"자기에 대한 기록이 없는 인간, 아니 자기에 대해 거짓으로 조작된 기록을 가진 인간의 비극과 아픔은 겪어 본 사람만이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부유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사람과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사람, 그 중에 누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세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래서 내 삶을 내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는 결코 해외입양을 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부모님이 나를 키울 수 없었을 정도로 가난하셨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차라리 굶어 죽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이런 해외입양인들의 말을 듣자 내 딸이 전에 내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아빠와 지옥에서 함께 사는 것이 아빠 없이 천국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요."

해외입양은 노예제도와 아주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돈으로 사람을 사고 팔며, 팔린 사람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와 문화 그리고 모국어를 박탈당한다. 그러나 아기를 파는 사람들과 사설 입양기관은 이상하게도 복지사업가, 천사로 대접 받는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관행이고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지금도 해외입양이 여전히 아름다운 선행으로 포장되고 있다. 반면에 해외입양인과 비혼모들이 받고 있는 고통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무시되거나 은폐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아동수출대국이다.

이 책을 읽고 그 핵심을 잘 정리해 준 세분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해외입양서사는 개별 가족의 실패는 물론 국가의 실패를 오롯이 담고 있는 주제여서, 드러내어 놓고 말하기도 듣기도 거북한 일이다. 그러나 실패에 대해서 말하는 일을 금기시하고 은폐하는 한, 그 사회의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해외입양인들의 육성과 전문가들의 해법을 담아내고 있다. 마침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해외입양인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사업을 개시한 터라, 이 책이 가지는 함의는 더욱 각별하다." - 김도현 목사, <뿌리의집> 상임이사

"입양은 애초에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와의 이별,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아이와의 이별이 입양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래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한국에서 입양은 부유한 나라로 가서 좋은 교육을 받고 성공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만 알려졌습니다. 친부모에게서 떨어지고 태어난 나라를 떠나 뿌리 뽑힌 채 살아야 하는 해외입양인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한국 사회가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입양인들에게 용서와 화해를 바라며 손 내미는 일이 될 것입니다." - 전홍기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

"오랜 역사 속에서 한국인들은 주로 피해자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해외입양에 관한 한, 이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모두가 가해자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구성원인 우리들은 해외입양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아이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폭력적 강제 이주였던 해외입양은 어른들의 국제적인 공모를 거쳐 수출산업이 되었고, 초저출산 국가가 된 지금도 규모만 줄었을 뿐,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5년 전 쯤 TRACK(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의 모임)의 몇 몇 분들이 도와 달라 찾아왔을 때 여러 가지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 돕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 책은 나를 포함한 현대사 학계의 게으름과 미안함을 내려치는 죽비가 될 것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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