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OCI, 태양광에 볕드나 했는데…
국내 태양광 ‘빅2’ 업체로 손꼽히는 한화솔루션과 OCI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 들어 적자를 이어가는가 하면 OCI홀딩스도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미국 시장 진출에 희망을 걸지만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태양광 사업 부진 직격탄
한화솔루션은 올 3분기 영업손실 810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올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 순손실 역시 387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2조7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 사업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매출은 1조1525억원, 영업손실은 41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앞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2887억원, 영업이익 6045억원을 기록해 6000억원 넘는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연간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실적 부진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증권사들은 줄줄이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를 낮추는 중이다(11월 7일 종가 1만8920원).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2만3000원에서 2만원으로 떨어뜨렸다.
OCI홀딩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3분기 영업이익이 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1% 감소했다. 매출은 9088억원으로 1년 새 31.7%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의 반덤핑, 상계관세법 조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우회 지역인 동남아 4개국(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주요 고객사 주문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 여파로 OCI홀딩스 주가도 부진하다. 태양광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OCI홀딩스 주가는 인적분할 직후인 지난해 5월 30일 8만2400원에서 한 달여 만에 12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올 들어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11월 7일 종가 6만1100원).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지만 향후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장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칩스법’ 대상을 태양광 잉곳, 웨이퍼로 확대하는 만큼 수천억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칩스법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칩스법은 입법 사항이라 당장 대통령 권한으로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미국 내 태양광 잉곳, 웨이퍼 공장 설립비용의 25%를 지원하는 ‘칩스법’ 개정안 시행령을 올 12월 23일 발효할 예정이다. 2022년 제정된 칩스법은 미국에 설립하는 모든 반도체 밸류체인 공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이 미국 전력 생산 시장을 장악하자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 적용 범위를 태양광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종전 25%에서 50%로 상향해 수입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수입 금지 조치를 우회하며 대응에 나섰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 4개국에서 태양광 모듈을 수입한 비율은 전체 수입액의 75.4%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최근 말레이시아산 9.13%, 캄보디아산 8.25%, 태국산 23.06%, 베트남산 2.85%의 상계관세를 매긴 바 있다. 칩스법 지원 대상을 태양광 분야까지 넓힌 것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업계에서는 미국에 솔라허브를 짓는 한화큐셀이 칩스법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한다.
솔라허브는 한화솔루션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건설 중인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셀 생산량 중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1.7GW 규모였던 미국 현지 모듈 생산능력을 올해 8.4GW로 확대하기로 했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기준으로 1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 중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생산단지로 구축된다. 모듈을 시작으로 잉곳, 웨이퍼, 셀 공장이 차례대로 가동되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말 북미 최초로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을 현지에 두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규 공장의 절반가량이 잉곳, 웨이퍼 생산에 투입되는 만큼 단순 환산하면 3750억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OCI홀딩스 역시 혜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통해 잉곳, 웨이퍼 공장을 지을 계획인 만큼 상당한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국 태양광 기업과 공동으로 늦어도 내년 초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통해 OCI홀딩스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M에서 텍사스의 모듈 생산 업체 MSE(Mission Solar Energy), OCI에너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하면서 태양광 밸류체인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칩스법, IRA 제동…태양광 업체 불똥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에도 정부 예산을 쓰는 칩스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이면 해외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칩스법뿐 아니라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원금을 대폭 축소할 경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온 국내 태양광 업체마다 기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지 모른다.
세액공제 지원은 임시방편 효과만 낼 뿐 결국에는 미국 태양광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중국 태양광 기업이 수출 물량을 쏟아내는 데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모듈 공장 가동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캐나디안솔라(Canadian Solar), 진코솔라(Jinko Solar), 론지(LONGi) 등 중국 기업의 미국 공장이 이미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모듈 공급량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올 9월 기준 와트당 10센트(약 139원)로 10년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태양광 설치 수요는 41GW로 예상되는데 태양전지 모듈 생산능력은 61~82GW로 확대될 전망이라 미국 시장 태양광 공급 과잉 우려가 크다. 태양광 모듈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를 각각 이끄는 김동관 부회장, 이우현 회장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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