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 부모 살해 사건이 한국 사회에 말하는 것
[국민총행복전환포럼]
▲ 여전히 대부분의 돌봄은 가족의 책임이며 그 안에서도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 Unsplash / Alex Boyd |
이 사이 코로나19에 투자하기로 한 여러 예산들이 삭감되고 의료 대란이 발생하여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탓이라고 여겼던 높은 자살률은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고공 행진을 기록 중이며 사회적 고립과 은둔, 외로움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자살률이 행복의 역 지표이듯이 사회적 고립, 은둔, 외로움 등도 행복의 반대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어떻게 돌봄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나아가 돌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행복의 근간에 바로 돌봄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돌봄이란
인간 아니 생명은 무엇이나 돌봄을 받아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역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돌봄 책임이 있습니다. 즉, 누구나 돌봄이고 함께 돌봄이며 난잡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돌봄은 가족의 책임이며 그 안에서도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독박 돌봄에 놓인 가족 구성원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 행복의 근간에 바로 돌봄이 있습니다. |
ⓒ @unsplash / dominiklangeI |
영어를 하는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은 결코 돌봄의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당장은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돌봄이 저렴해질수록 질은 떨어질 것이고 부정적 효과는 언젠가 우리에게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당장 돌봄이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의 부모님(노인)과 아이들에게 다양한 돌봄 시설에서 폭력과 학대의 형태로 되먹임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즉, 행복한 돌봄은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령자와 행복한 돌봄
고령자의 행복에 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 지역 사회 계속 거주,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등 다양한 번역어 존재)입니다. AIP의 핵심은 내가 사는 지역과 집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사는 것입니다. 기대 수명에서 건강 수명을 뺀 질병과 장애의 시간을 병원과 요양원에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집에서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병원과 요양원을 가지 않고 내 집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내 집에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혼자 부실한 식사를 하며 하루 종일 멍하게 있거나 TV를 보는 정도의 단조로운 여가 시간을 보낸다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존엄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간명한 정의는 행복과 돌봄 논의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합니다. 내 집에 계속 사는데 그치지 않고 존엄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다원적 돌봄이 필요합니다. 수시로 지나치며 인사하면서 가끔 반찬을 나누는 이웃, 동네에서 같이 걷기 운동을 하는 또래 친구,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어려움과 건강을 확인하는 행정센터 직원과 마을 간호사, 사실상 주치의 역할을 하는 동네병원 의사와 약사 선생님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즐겁게 보낼 복지관과 평생교육센터, 1주일에 몇 번 밥과 술을 먹으러 가는 단골 동네 식당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집에서 날 반겨주는 반려동물과 식물들까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필요하듯 한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 국가-시장-지역 사회를 포괄하고 제도와 비제도를 넘나들며 인간과 비인간이 모두 참여하는 다원적 돌봄이 필요합니다.
▲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 SBS |
우리는 이제 막 은둔 고립이 사회 의제가 되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일본과 같은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예방해야 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은둔 고립을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앞서 언급한 고령자 통합 돌봄처럼 국가와 시장, 지역 사회가 총출동 하고 이웃, 친구, 의사, 약사, 사장님, 반려 동식물이 모두 등장하는 일종의 대작을 찍어야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대작은 무엇보다도 돌봄을 주고받는 모두가 행복한 희극으로 각본을 짜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2000년대 전염병의 흐름을 살펴보면 코로나19는 아마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더 거대한 형태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근의 양상을 보면 기후 위기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거나 조만간 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물론 아직도 간절히 제발 우리에게 기회와 시간이 남아있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우리는 앞으로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으로 예측하며 아마 극소수의 누군가는 어딘가 안전한 벙커를 만들어 버티거나 심지어 우주로 떠나는 사람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재난을 감당하며 살아야 할 것이며 어느 때보다 돌봄이 넘쳐흘러야 할 순간이 다가올 것입니다. 돌봄이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돌봄 빈곤 속에서 거대한 재난의 모래알처럼 흩어져 소멸할 것입니다. 각자도생조차 상당한 돌봄 속에서 가능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 행복을 말하고 행복한 돌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자는 시대적 소명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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