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금자 보호 한도 5000만원→1억원 상향 합의…효과는
여야가 예금자 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발의)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13일 합의했다.
김상훈(국민의힘)ㆍ진성준(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2 2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한 6개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르면 이달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시기는 법안엔 6개월 후로 명시했는데, 추후 협상을 통해 구체적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할 경우, 예금자들이 예치한 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여야가 13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2001년부터 유지되어온 한도(5000만원)가 24년만에 늘어나게 된다. 그간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예금보호 한도가 낮다는 비판이 컸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 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이 한도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소비자의 편익은 늘어날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예금자 보호 효과가 상대적으로 소수의 고액 예금자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면 보호받는 예금의 비율은 현재 51.7%에서 59%로 약 7.3%포인트 상승하지만 보호받는 예금자 수는 현재 98.1%에서 99.3%로 1.2%포인트만 오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밖에 ▶첨단산업 전력공급 등에 관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추서계급에 따라 각종 예우와 급여를 제공하는 군인ㆍ공무원 재해보상법 ▶위기 청년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위기청년지원법 개정안 등 국민의힘이 제안한 법안의 처리에도 합의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 가운데선 ▶대부업자 자기자본요건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대부업법 ▶건축물 구조부 변경 시 허가권자에게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 등의 정기국회 내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등 일부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선 담당 상임위의 최우선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여당이 제안한 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 및 주52시간 근로시간 유연 적용 등에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야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명시한 AI기본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 진성준 의장은 “양당이 수용 또는 일부 수용이 가능한 법안 숫자는 대략 70여건”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국회 상임위원회들에선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예비비 4조8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2조40000억원을 삭감했다. 예비비는 정부가 용도를 정하지 않고 예측이 어려운 예산 외 지출 등에 쓸 수 있도록 편성한 일종의 ‘국가 비상금’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예비비가 과도하게 많이 편성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정일영 소위원장이 표결에 들어가자 국민의힘은 삭감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선 야당이 용산공원 관련 예산 416억원6600만원 가운데 229억800만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예산 전액(62억400만원)을 각각 감액한 국토교통부ㆍ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ㆍ새만금개발청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예결위에선 검찰 특수활동비 및 특수업무경비 전액 삭감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검찰 특활비ㆍ특경비를 (민주당 주도로) 전액 삭감한 게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사 탄핵을 연속으로 요구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보면 그런 의심도 저희들은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성지원·김남준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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