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엔 늘 문소리가 있었다…“역할, 무대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 기다려”

정진영 2024. 11. 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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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주목받은 작품들엔 모두 문소리가 있었다.

문소리는 "이수경이란 캐릭터는 답이 잘 안 나왔다. 다른 캐릭터들은 다 미쳐있는데 혼자 정상이고, 정무수석이라고 재미없는 대사만 한가득이었다"며 "연상호 감독은 이 말이 (시청자에게) 들리도록, 이해가 되게끔 해달라고 했다. 작품의 전체 주제와 세계관을 이해시키는 역할이라 어려웠지만, 원래 도전적인 역할을 좋아한다. 그래서 또 재밌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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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씨제스스튜디오 제공


올 하반기 주목받은 작품들엔 모두 문소리가 있었다. 비중이 큰 건 아니지만 이야기 전개에 없어선 안 될 배역이 문소리에게로 향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지옥2’에선 지옥행 고지로 미쳐버린 세상에서 홀로 이성을 붙들고 시스템을 재건하려는 정무수석 이수경을, ‘정년이’에선 꺾여버린 비운의 소리 천재이자 정년의 엄마 채공선을 맡아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에서 만난 문소리는 “(특별출연을) 해달라고 하니까 안 할 수가 없었다. 제가 의외로 마음이 약하다”며 “어제도 특별출연한 작품을 촬영했다. 비를 맞는 장면이었는데 날씨가 천만다행으로 춥지 않았다”고 웃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정년이' 10회에서 채공선(문소리)이 딸 윤정년(김태리) 앞에서 '추월만정'을 부르는 모습. tvN 제공


문소리는 최근 방송된 ‘정년이’ 10회에서 ‘추월만정’을 불러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년이’는 배우들이 1~3년의 시간을 투자해 소리를 배우고 직접 노래를 부른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문소리는 “거의 1년을 레슨 받았다. 눈만 뜨면 태리와 청산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월~’을 불러댔다”며 “‘추월만정’이 판소리에서도 가장 느린 진양조 장단인데다 어려운 대목이기도 해서 소리의 대단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즐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 대목을 즐겨줄까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소리의 끊임없는 연습과 그에 따른 실력, 절절한 연기가 어우러진 덕에 시청자들은 문소리의 ‘추월만정’에 박수를 보냈다. 원래 ‘추월만정’은 ‘정년이’ OST 앨범에 포함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OST 앨범에 실리게 됐다. 문소리에게 소리를 가르쳐준 선생님 역시 10회 방송 이후 “방송 보고 울었다”며 문자를 보내왔다고 한다.

배우 문소리. 씨제스스튜디오 제공


문소리가 ‘정년이’에 채공선 역으로 특별출연한 건 우연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동아리 국악반에 들어가게 됐고, 국악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남해성 명창에게 ‘수궁가’를 배우게 됐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김태리가 문소리에게 채공선 역을 제안했다고 한다. 문소리는 “20살 무렵 선생님께 1년 반 정도 소리를 배웠다. 이번에 국극 관련 책을 보는데 초창기 멤버에 선생님이 성함과 사진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며 “그때 가르쳐주신 걸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코로나 때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못 했는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한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문소리의 활약은 지난달 공개된 ‘지옥2’에서도 있었다. 그는 폭주하는 사람들 속 홀로 이성을 유지하며 혼란을 바로잡으려는 정무수석 이수경을 연기했다. 문소리는 “이수경이란 캐릭터는 답이 잘 안 나왔다. 다른 캐릭터들은 다 미쳐있는데 혼자 정상이고, 정무수석이라고 재미없는 대사만 한가득이었다”며 “연상호 감독은 이 말이 (시청자에게) 들리도록, 이해가 되게끔 해달라고 했다. 작품의 전체 주제와 세계관을 이해시키는 역할이라 어려웠지만, 원래 도전적인 역할을 좋아한다. 그래서 또 재밌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지옥' 시즌2에 정무수석 이수경으로 출연한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문소리는 이 두 작품의 특별출연 외에도 지난 8~10월간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에도 벨라 역으로 무대에 섰다. 연초부터 ‘폭싹 속았수다’와 ‘정년이’, ‘지옥2’의 촬영을 연달아 끝낸 뒤 몸이 아팠지만, 몸을 회복한 건 또다시 연기를 통해서였다. 문소리는 “연극에서의 벨라도 죽으려고 했지만 살아갈 힘을 얻고 다시 글을 써나가는 인물”이라며 “묘하게 저와 비슷했다. 촬영이 끝나고 독감으로 고생했는데 공연을 준비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했다. 지금도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든 스크린이든 채널이든 모두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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