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 국채 금리 4.5% 눈앞…“금리 인하 멈출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물가 상승세를 부추긴다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다시 요동쳤다. 잠잠해지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커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도 멈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6%까지 떨어졌던 美 국채 10년 금리, 4.5% 눈앞
12일(현지시간) 장기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4.43%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시장 금리가 치솟았던 지난 7월 2일(4.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 단기 시장금리인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0.088%포인트 오른 4.342%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9월에는 3.6%대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고용 등 미국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온 데 이어, 트럼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두 달 사이 금리가 급등해 4.5% 돌파를 눈앞에 뒀다.
관세 폭탄 예고 트럼프, 물가 자극하나
Fed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장·단기 시장금리가 모두 오르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다시 부추길 거란 우려 때문이다. 우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공약이 물가 상승세에 불을 붙일 거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국가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60%까지 관세를 높일 거라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이 실현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커질 수 있다. 투자 자문회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재닛 릴링 수석 매니저는 “관세 공약이 말 그대로 실행된다면, 미국 국채 금리가 5%까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는 Fed 내부에서도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회성 관세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는 보복(tit for tat)”이라며 “한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대응하면서 상황이 격화되면 훨씬 우려스럽고 불확실해진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트럼프가 내세우는 감세와 재정 확장 정책도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 이민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질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도 더해질 전망이다.
Fed, 트럼플레이션 견제 위해 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
물가 상승세가 아직 다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Fed가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개인소비지출)는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2.6%)를 상회했다. Fed의 목표 물가 상승률(2%)과도 아직 큰 차이가 난다.
12일(현지시간) 카시카리 총재는 “지금과 12월 사이에 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서프라이즈’를 본다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도 당장 12월까지 물가 상승세 커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금리 인하를 멈추는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더라도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에서 내년 0.25%포인트씩 총 4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했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파월 Fed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요구해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Fed가 트럼플레이션을 견제하는 ‘마이웨이’를 갈 가능성이 높다.
Fed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되면,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강달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마저 내리지 않는다면, 한은도 금리 인하에 쉽사리 동참하기 어려워서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UBS 유럽 콘퍼런스에 참석해 “내년 금리 인하 속도는 재정 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난 9월 (Fed가) 예상했던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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