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조약 비준하자, 북한군 참전…러, 한반도 개입 여지 커졌다
북한이 러시아와 ‘북·러 조약(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한 뒤 참전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여지도 커졌다. 북·러 연합훈련 현실화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로 삼고 조약 내용을 활용해 회색지대 도발을 벌이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몸값 높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러 조약 비준을 계기로 양측이 공유한 전쟁 시계에 더욱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1만 명 이상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북·러가 조약을 비준한 직후 연합 형태의 군사작전을 본격화하는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무기 지원과 파병으로 러시아를 '1차 결박'한 뒤, 북·러 조약 비준으로 '2차 결박'을 하며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빚을 졌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을 대가와 관련, 군 당국은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 북한의 4대 군사 과업과 관련한 기술 지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향후 한반도가 이런 북·러 군사 연합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맞선다는 이유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연합훈련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을 ‘호전광들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 규정하고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의 그간 행태는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 북·러 조약 3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를 전제로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 데 협조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들을 합의할 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8조는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방위 능력을 강화할 목적 아래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할 경우 북·러 연합훈련은 조약 상 공동조치로서 명분을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회색지대 방식의 국지 도발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발의 주체 또는 수단, 그리고 피해 유발의 고의성 등을 애매하게 설정해 놓고 우리 군이 비례적으로 대응하면 이를 무력침략 행위로 규정할 가능성이다. 군 관계자는 “최근 쓰레기 풍선 살포, GPS 전파 교란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저강도 도발의 수위를 서서히 올려가며 우리 군의 맞대응을 유도할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이런 상황을 조약 4조 발동과 연관지을 수도 있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약 4조를 내세워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에 맞서는 북·러 동맹 구도을 고착화하려 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의 입장이 변수다. 군 내부에선 북·러가 제대로 된 군사동맹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로선 빈약한 재래식 전력을 지닌 북한과의 연합훈련에 군사적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담판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러가 협력 카드를 최대한 늘어놓을 수 있다. 이를테면 북·러 연합훈련을 꺼내들고선 트럼프가 거액이 소요되는 연합훈련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한·미와 북·러 양쪽의 연합훈련을 모두 중단시키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근평·박현주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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