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도쿄 거쳐 타이베이까지…한국 야구 세대교체 이끄는 류중일 감독
“올해 네 실책이 몇 개고?”
지난해부터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류중일(61)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야수들을 볼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마치 초밥 장인에게 밥알 개수를 캐묻는 한 드라마의 재벌집 회장님처럼 선수들에게 실책 개수를 묻고는 미덥지 않은 표정을 짓곤 한다.
류 감독이 제자들의 실책 개수를 궁금해 하는 이유는 하나다. 과거와 비교해 체격이 좋아지고 타격 기술도 향상됐지만, 야수의 기본기인 수비만큼은 성장세가 더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외면 자체는 화려해졌음에도 내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서 아끼는 선수들을 불러 애정 어린 조언을 보낸다.
한국 야구는 최근 몇 년간 ‘성장’이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내후년 연달아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그리고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돌아오는 2028년 LA올림픽을 겨냥해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그리고 13일 개막한 프리미어12까지 젊은 자원을 최대한 많이 발탁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이유다.
대표팀 성장의 키는 류중일 감독이 쥐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뒤 올해까지 지휘봉을 잡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과거 국가대표 유격수로 뛰었던 경험과 코치 및 감독으로서 20년 넘게 쌓은 지도력을 발휘 중이다.
한층 어려진 대표팀은 갈수록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문동주(21·한화 이글스)와 윤동희(21·롯데 자이언츠)라는 투타 재목이 두각을 드러냈고, APBC와 지난 3월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를 통해서도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24일부터 프리미어12 소집훈련을 지휘한 류 감독 역시 “저연차 위주의 세대교체가 잘 진행되고 있다. 누굴 빼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다들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KBO는 국제대회가 없는 내년에도 평가전을 열어 류중일호의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까지 대표팀 투수코치를 맡은 정민철 해설위원은 “KBO가 지난해 전력강화위원회를 재편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면 된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몇 년 뒤 열릴 국제대회를 내다보고 대표팀을 새로 구성했다”면서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국제대회 성적은 프로야구 인기와도 연결된 만큼 지금의 대표팀이 완성형으로 성장한다면 앞으로는 1000만 관중 이상의 흥행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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