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고 상품권 받아 좋아했는데…88억 꿀꺽한 신종사기의 덫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신종 사기 범죄집단 총책 A씨(30대)와 B씨(20대) 등 14명을 구속 송치하고, 매니저 등 조직원 40명을 불구속 송치하는 등 총 54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피해자 301명으로부터 ‘새로 생긴 쇼핑몰 사이트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바일 상품권을 주겠다’라거나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공동구매하면 그 비용의 35%를 추가해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약 88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과거 보이스피싱 수법을 교묘하게 발전시킨 이른바 ‘팀 미션’이란 신종 사기 수법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들은 불법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확보한 개인 전화번호로 무작위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에게 사은품을 준다며 쇼핑몰 사이트 리뷰 이벤트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피해자가 리뷰를 작성하면 1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 및 포인트를 지급해 신뢰를 쌓았다.
그다음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본업이 있어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최대 35%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공동구매에 참여하도록 유인했다. 공동구매는 5~10명이 한 팀을 이뤄 전원이 냉장고 등의 고가 상품을 각각 구매해야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공동구매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로 가장한 조직원도 참여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이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맡았다. 피해자가 ‘돈이 부족해 더는 공동구매를 못 하겠다’고 하면 조직원들은 ‘모두가 구매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일당은 피해자가 추가 공동구매를 포기하면 소득세 등의 명목으로 30% 상당의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약 69개의 허위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많게는 4억원대까지 피해를 보았으며 일부 피해자는 대출까지 받기도 했다.
경찰은 A씨 등의 범행이 해외 총책 C씨 등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총책은 A씨 등에게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 방법을 알려주고, 국내에 콜센터 사무실을 만들라고 하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조직원들은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서 모집했다.
경찰은 전국에 접수된 301건의 사건을 병합해 일산·인천 소재 콜센터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C씨 등 해외 총책에 대해서도 인터폴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한 범죄수익 약 11억원에 대해선 몰수·추징보전 조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피해자가 ‘자신이 구매하지 않으면 팀 전체가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와 책임감을 노렸다”며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는 서민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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