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고 갑부 머스크에 정부 개혁 전권…부처 이름 ‘DOG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1등 공신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를 이끌 수장으로 지명했다. 세계 최고 갑부 기업인이 직접 행정부 개혁의 ‘메스’를 쥐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이다. 머스크와 함께 인도계 기업가이자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도 공동으로 정부효율부를 이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행정부를 위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면서 “이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은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에게 쏠린다. 정부효율부의 약자(DOGE)가 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암호화폐 ‘도지(DOGE)’와 이름이 같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해 약 2억달러의 선거자금을 쏟아붓고, 자신이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를 사실상 트럼프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경합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청원을 진행, 참여자 중 무작위로 선정해 당첨금 100만달러를 주는 등 트럼프 당선에 ‘올인’했다. 트럼프는 이날 머스크를 ‘위대한 머스크’라고 지칭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인수팀 회의에 참석하고 트럼프와 독대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인선 발표 이후 엑스에 관련 내용을 수차례 공유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니, 부정부패에 대한 위협”이라고 적었다. 또 자신이 돋보기로 백악관을 들여다보는 ‘밈(meme·온라인 창작물)’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는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주고, 백악관 및 관리예산국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40년대 미국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와 맞먹는 파괴력을 정부 부처에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들의 작업은 늦어도 2026년 7월 4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이름은 ‘부(Department)’지만 정부효율부는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다. 조직의 직원 규모와 예산 등도 세부사항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모두 상원 인준 없이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실제 정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조직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명확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연방 공무원은 잠재적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을 공개하고 업무와 관련된 중요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윤리적 제한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미시간 집회에서 머스크를 언급하며 “로켓을 쏘아 올리는 일과 그(머스크)가 하는 모든 일이 너무 바빠서 그를 풀타임으로 고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머스크가 정부 효율과 관련한 부처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은 선거 내내 제기됐다. 머스크 스스로 연방정부 총지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도 이날 “연간 6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출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막대한 낭비와 사기를 근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특히 정부 규제와 지출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것은 올해 스페이스X(머스크가 만든 민간 우주탐사 기업)의 최신형 로켓 ‘스타십’ 발사 허가를 구하는 과정에서 연방 항공국과 내무부의 중복된 감독에 대한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해외 정상과의 통화에 배석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도 참여했다. 이어 트럼프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통화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 라마스와미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다. 대선 경선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중도에 하차한 뒤 트럼프를 지지했다. 라마스와미도 대선 후보 시절 교육부, 연방수사국(FBI),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을 폐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방 정부 기관을 폐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며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며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고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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