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천천히 간다" 경영계,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속도조절 요청

최대열 2024. 11.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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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난 4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산업계에서는 이 기준이 자칫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준서 제101호로 제시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이 최종안에 포함된다면 기업으로선 국내 상장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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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해외 각지에서 기후 관련 규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가운데 자칫 우리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3일 열린 제2차 ESG경영위원회에서 "공급망을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까지 중첩되면서 새롭고 복잡한 양상을 낳고 있다"며 "높은 에너지 전환 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은 단순히 ‘탄소누출’의 문제를 넘어 한 나라의 산업 공동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누출이란 철강·전력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이 배출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약한 곳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큰데,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경 규제까지 강화하면 국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 9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합리적 지속가능성 공시 위한 경제계 공동 세미나'에 참석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발표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난 4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기준을 곧 확정한다. 산업계에서는 이 기준이 자칫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주요 회원사 ESG 위원이 모여 비공개회의를 한 후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을 초청해 곧 나올 공시기준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손 회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환경 규제가 차질을 빚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은 당초 예정대로면 지난 7월까지 모든 EU 회원국이 법제화해야 했으나 현재 이를 완료한 곳은 13개 나라로 절반이 채 안 된다"며 "EU 집행위에서 미진한 회원국에 경고서한을 보냈지만 독일, 스페인, 폴란드 등 첨단기술·제조업 비중이 높은 곳은 법제화까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U가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러시아·인도·중국 등 주요 교역국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응 방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회장은 "긴 호흡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DB

업계에서는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3) 공시 부분을 걱정한다. 제조업은 여러 단계 협력업체 등 공급망이 복잡한데 중소 협력사로선 대처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준서 제101호로 제시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이 최종안에 포함된다면 기업으로선 국내 상장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구체적 세부 기준과 방법을 담은 활용 가이드를 제시해 충분히 현장에서 검증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한상 원장은 "국내 기업의 공시 이행력 제고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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