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멜리에스 매력적…영화에서 새로운 가능성 봐"

박병희 2024. 11. 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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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LG아트센터서 '멜리에스 일루션' 공연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는 1902년 기념비적 작품을 공개했다. 15분짜리 영화 ‘달 세계 여행’이다. 대포를 쏴 사람이 달에 간다는 상상력을 그렸다. 그로부터 67년이 지난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발을 디딤으로써 상상은 현실이 됐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사진)은 1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주제로 다루겠다고 했을 때 멜리에스는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1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멜리에스 일루션’ 공연을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멜리에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

이은결은 "영화를 처음 만든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는 한때 유행하는 기술일 뿐,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멜리에스는 영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1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멜리에스 일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공연에서는 멜리에스가 영화를 통해 구현했던 다양한 기법들이 펼쳐진다.

"초기 영화들은 다 마술적인 행위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페이드인, 페이드아웃, 이중 노출 등의 여러 가지 기술들이 (영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멜리에스는) 알았던 것 같다. 자신의 마술을 영상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공연의 주인공은 퍼펫(손을 끼워 움직이는 인형)으로 표현한 멜리에스다. 멜리에스는 말년에 장난감 가게를 운영했다. 공연 속 멜리에스도 장난감 가게의 여러 소품을 하나씩 만지며 상념에 빠져든다. 그 상념들이 무대 위에서 하나씩 구체화된다.

공연 중 펼쳐지는 여러 사건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떤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은결은 "관객들이 다양하게 여러 해석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분명 있는 듯 했다. 그는 인터뷰 중 읊조리듯 참혹한 전쟁, 정보화 시대에 허우적대는 자아들, 완전히 타자화된 자아들이라는 표현을 언급했다. 이은결은 의도적으로 관객이 어떤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게 공연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 결과보다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라고 했다. "어떤 텍스트가 다른 어떤 맥락에 따라 변화하고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계속 서사를 통해 뭔가 이해하려고 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시대가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이은결은 자신이 왜 마술사가 아니라 일루셔니스트로 불리기를 원하는지도 설명했다. "마술은 삶, 즉 우리가 사는 현실과 멀어질수록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정작 삶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공연에서는 뤼미에르 형제가 1896년에 공개한 47초짜리 영화 '열차의 도착'을 오마주한 장면도 나온다. 이은결은 이 장면을 설명하며 "결국 기차는 현실에 도착한다"고 했다.

이은결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이은결은 언젠가부터 자신이 작가주의적인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작품이 모두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이번 작품도 연장선상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공연이 자신에게는 실험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마술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 공연은 항상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다 펼친 다음에 마지막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공연은 불친절하게도 제가 원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관객들이 당황스러우실 것 같긴 하다. 신기한 마술을 기대하고 온다면 당연히 당황스러우실 것이다.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어떤 편견도 없이 무방비로 와서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은결은 다른 창작자들이 재해석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공연의 소스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혼성 모방하고 재조립해서 만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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