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로마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장혜령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향락과 전쟁 광기에 빠진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폭정으로 로마의 부패는 더해가기만 했다. 영토를 넓히는데 혈안이 된 로마는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을 필두로 또다시 출정에 나선다.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누미디아의 농부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전쟁 중 아내를 잃어버려 분노하고야 만다. 이후 로마 포로로 끌려와 권력욕에 눈먼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눈에 띄어 검투사로 발탁된다.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져 로마를 떠나온 루시우스는 아내까지 잃자 로마를 향한 적대심을 품고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사람뿐만 아닌 코뿔소, 개코원숭이, 상어와 잔인한 싸움에서 승승장구하며 로마 시민의 전폭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한편, 여전한 폭압 정치와 굶주림 아래 로마의 꿈을 재건할 세력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루시우스에게는 복수를 꿈꾸는 상대지만 로마 시민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아카시우스 장군은 루실라(코니 닐슨)공주와 원로원을 모아 혁명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다. 타락과 음모가 만연한 로마는 각자의 목적으로 또다시 들끓게 된다.
▲ 영화 <글래디에이터 2> 스틸컷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지도자의 자질을 질문한다. 리더로 인해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민에게 자유가 없다면 로마의 꿈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질문은 현시대에도 통하는 아이러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살상을 벌이는 전쟁을 로마는 평화 유지라는 명목으로 미화한다. 과거 공화국을 꿈꾸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믿음직한 막시무스에게 왕위를 승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로 인한 피의 역사는 오랫동안 대물림되어 온 것이다. 결국 로마 시민을 굶주림과 피폐한 삶으로 이끌었다. 손 닳는 곳마다 오염시켜버리는 로마의 전염성은 루시우스의 복수심까지 부추기게 만든다.
▲ 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틸컷 |
ⓒ 롯데엔터테인먼트 |
특히 심플하고 납작한 캐릭터는 충분히 극 안에 빠져들지 못하는 걸림돌이다. 다수의 영화와 시리즈에서 선 굵은 감정연기로 호평받았던 폴 메스칼의 연기는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작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애프터썬>으로 노미네이트된 이력이 무색하다. 감독이 일부러 배우의 해석을 막은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막시무스의 러셀 크로우 인장을 뛰어넘지 못해 아쉽다. 속편의 위험성을 딛고 똑바로 서야 할 중심 서사 때문에 결말도 쉽게 예측된다. 1편을 봤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다.
▲ 영화 <글래디에이터 2> 스틸컷 |
ⓒ 롯데엔터테인먼트 |
'로마의 냄새까지 담았다'고 말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말마따나 고대 로마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것 같은 웅장함이 포인트다. 잔인함은 전편에 비해 더욱 커졌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성인 관객의 액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건축, 의상, 생활 양식을 꼼꼼하게 조사해 고증했다. 오프닝의 해상 전투와 콜로세움 안에서 펼쳐지는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한 해상 전투는 또 다른 볼거리다.
고대 엔터테인먼트의 산실이었던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액션은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받아 제작된 장면이다. 콜로세움도 세트로 지어졌다. 강렬한 액션을 온전히 담아내기 충분하다.
몇몇 장면 빼고는 CG의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글래디에이터 2>의 가장 큰 수확은 마치 그곳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이다. 고대 소리를 재현한 음악과 사운드에 공들여, 반드시 최적의 음향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반드시 특수관에서 관람을 추천한다. 당신을 고대 로마로 데려다 줄 최고의 이동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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