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경찰이 부활했다

김준태 2024. 11.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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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민주노총 집회 강경 대응... 행렬 차단하고 항의하는 참가자들 밀어붙여

[김준태 기자]

 참가자들이 본대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을 뚫고 나갔다.
ⓒ 건설노조
매년 11월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여러 가지의 구호를 내걸고 진행된다. 지난 9일 진행된 2024년 대회는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중심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반영된 내용들이 내걸렸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시민단체들도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윤석열 퇴진'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퇴진을 수많은 이들이 모여 외치는 모습이 불편했을까. 이날은 온갖 집회가 예정된 곳곳에 참가자만큼 많은 경찰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 이른 시간부터 배치돼 있었다.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한두 시간 전부터 인근에서 진행된 산별 노동조합들의 사전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민주노총 집회만 겨냥했나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경복궁역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앞 도로에서 사전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대회는 시작부터 참가하려는 자와 휴일을 즐기려는 시민, 관광객에 더해 검은 무장을 한 경찰들로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사전에 신고된 사전대회가 원활히 진행되고 정리될 수 있도록 경찰이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찰이 아수라장에 합류해 오히려 혼란을 키워내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사태를 키울 목적인 듯 온갖 무장을 한 상태로 참가자들 앞에 위협적으로 배치됐다.

이미 사전에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골목 차 통행을 차단하고 시민 통행로를 확보하지 않아 집회 참가자와 시민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참가자들이 반으로 갈렸고, 그 사이에 차들이 오가면서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서로 비난하기도 했는데 경찰은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대회 시작 전부터 수차례 경찰에 신고된 대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미 곳곳에서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들은 바 없다"며 일축하며 버텼고 무시했다. 경찰 내부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긴 문제를 정당한 집회를 하려는 노동조합을 물리력으로 진압해 해결하려는 모양새였다.

경찰의 태도는 급기야 본대회인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사전대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평화롭게 행진해 서울시청광장과 프라자호텔 사이로 진입했으나, 경찰은 열려 있던 차도를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가로막았다. 건너 편의 민주노총 관계자가 방송으로 또다시 협조를 요청하며 길을 열어달라 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인력과 차 벽을 늘렸다.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들이 "본대회에 합류하겠다"며 앞으로 나서자 경찰은 때를 기다린 듯 참가자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대회 장소로 가려는 참가자들과 이를 폭력을 동반해 저지하고 진압하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연이어 발생했다.
 행진 도중에 경찰이 길목을 차단했다.
ⓒ 건설노조
 참가자들이 대회 합류를 위해 길을 열려하자 경찰이 차벽을 세워 차단했다.
ⓒ 건설노조
문제는 경찰의 태도다. 한 무리의 경찰은 부상을 입어 시청광장 쪽으로 이탈하는 참가자를 쫓아가 끌고 가려 하거나, 이에 항의하는 참가자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숨이 막히게 했다. 일부 경찰은 대열을 이탈해 참가자들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부상자를 쫓아가 끌고 가려 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참가자의 목덜미를 또다른 경찰이 잡아 당겨 숨이 막히게 했다.
ⓒ 건설노조
 진압 과정에서 흥분한 경찰들이 참가자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 건설노조
이 과정에서 대화의 시도는 무색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찰의 폭력으로 부상을 당하고, 참가자가 경찰에 짓눌리는 영상과 사진이 많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경찰은 이날 처음부터 주최 측과 일절 대화하지 않으려 했고, 대테러 작전을 하는 것처럼 진압 일변으로 나왔다.

반면 인근에서 벌어진 보수단체 집회와 야간에 진행된 민주당 집회에는 어떠했나. 이 정도로 참가자를 위협하고 도발하는 일은 없었다. 민주노총 집회만을 겨냥해 불법과 폭력을 강조하고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하는 경찰의 태도를 두고 "기획"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폭력적 진압, 시민 분노 더 커진다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 건설노조
대규모 집회에는 으레 많은 경찰이 집회 관리를 위해 배치된다. 수많은 집회가 진행되지만 이날과 같이 위협적으로 도발하며 참가자를 밀어붙인 사례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경찰이 이렇게 나온 적은 과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컸을 때였다. 이 시기 경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마치 충성하려는 듯 특정 집단이 주최하는 집회에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폭력을 동반한 진압을 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물대포에서도 볼 수 있었다.

민주노총은 2차, 3차 총궐기를 예고하고 있다. 경찰이 폭력적 대응과 도발을 이어 나간다면 9일과 같은 참가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날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만의 작은 구호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이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자 해도 소용없다. 경찰의 폭력성이 부각될수록 시민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준태 기자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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