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트럼프 2기, 北과 핵담판 가능성 낮다…韓 방위비 증액 불가피"
한반도 문제 정통 싱크탱크 2人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을 '패싱'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한과 직접 담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나 무기 판매, 방산 협력 확대 등 기회 요인 또한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속화된 한·미·일 3각 공조를 트럼프 2기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한일 정상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속한 회동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대외 정책 변화에 대비해 아시아경제는 12일(현지시간)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전문가 두 명을 인터뷰해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
-북핵 위협이 지속되고 북·러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에 대한 여파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 있다.(당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주요 대북 제재 해제 방안을 제안했으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은 낮지만, 김 위원장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민다면 이를 수락할 수 있다. 관건은 차기 행정부 인사다. 북한 정권에 매파적인 공화당 주류 인사가 기용된다면 대북 압박과 제재를 위해 한미 동맹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외교 정책에서 동맹·파트너와의 협력보다는 보다 자유로운 기조를 가져갈 수 있다.(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을 공식 지명했다. 국무장관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성국에 강경 대응을 주문해 온 공화당 내 매파다.)
-트럼프 2기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스나이더=미국 정부가 지난 1993년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할 수 있으나, 북한 비핵화를 최종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위협 고조로 한미 일각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한반도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스나이더=그렇다. 트럼프 2기와 윤석열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은 핵무기를 우려하고 있고, 그가 전술핵 제공이나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할 것이란 징후는 지금으로선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2기가 10월 초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여=트럼프 2기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다만 윤 정부가 공정한 몫을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대응 논리 등 협상을 잘 준비했을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당초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한 8.3%(2026년 기준, 전년 대비)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무기 판매, 방산 협력 등 새로운 거래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다른 혜택을 받아낼 수도 있다.
▲스나이더=최근 한미 협상 체결에도 방위비 분담금 확대는 트럼프 2기에서 지속해서 논의될 주제다. 다만 양측이 기존 합의와는 별도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할 많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트럼프 2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요구할까.
▲여=트럼프 1기가 불과 몇 년 전 한미 FTA를 개정한 만큼 2기 행정부 출범 초반에 재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한국을 상대로 관세율을 조정할 수는 있다. 만약 트럼프 2기가 한국과의 무역적자 해소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임기 후반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스나이더=트럼프 당선인이 상품 무역수지 적자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언급했는데 양국의 협력 방안은.
▲여=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함 수가 부족하지만, 중국처럼 빠른 속도로 군함을 건조할 능력이 없다. 이에 미국은 고품질의 군함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의존해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 HD현대, 한화오션이 최근 미 군함 수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스나이더=미국 선박 유지·보수·정비, 한국 기업이 소유한 미국 조선소에서 한 기업의 미 선박 관리, 조선 분야 공동기술 개발 협력 등이 모두 가능하다.
-바이든 정부에서 강화된 한·미·일 3각 공조가 트럼프 2기에서도 긴밀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스나이더=트럼프 2기도 3자 협력을 지속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한·미·일 3각 공조를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한일 정상의 조기 회동 추진을 강력히 제안한다.
▲여=한·미·일 3각 공조의 속도는 바이든 행정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은 한일 관계와 한·미·일 동맹 관계 모두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가 중국과의 장기 패권 경쟁에 집중할 것이고 북한의 미사일·핵 능력 확장도 우려하고 있어 한·미·일 3자 협력은 여전히 유용할 전망이다.
-미·중 패권 경쟁 한복판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여=미국과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교류를 유지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든 트럼프 정부든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스나이더=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기술 협력 파트너로 부상했고, 중국 시장에 대한 노출 역시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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