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맥도날드]④분쟁 못 막는 가맹사업법 '칼질'
가맹사업법 적용기준인 본사 '통제' 미달 판단
징벌 수위 낮은 대리점법만 적용
영어식 표현 차용해 주관적 해석 여지 남겨
10년 계약갱신요구권 개정안도 수년째 공회전
한국맥도날드가 10년 가까이 매장을 운영해온 가맹점주들과 계약 갱신 문제를 두고 분쟁하면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가맹계약 갱신 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한 가맹사업법을 가맹본부가 유효기간처럼 활용하면서다. 또 가맹사업법의 모호한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가맹계약 갱신 요구 기간을 10년으로 정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가맹계약갱신요구권 10년 삭제 움직임
현행 가맹사업법 제13조 2항에 따르면 가맹사업자는 최초 가맹 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2007년 일부 개정을 통해 추가된 조항이다. 이전까지는 가맹본부가 계약 종료일 90일 전에 사업자에게 통보하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맹점이 최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계약 갱신 요구를 10년 동안 거절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이 같은 13조2항을 아예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당 이학영·이강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 역시 같은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일부 가맹본부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는 기간인 10년이 경과하면 일방적으로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하거나 매년 계약 갱신을 무기로 불이익을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제한 제도가 보복 조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 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이후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가맹본부, 신규 계약 통한 수익 창출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을 유지하는 대신 새로운 매장을 들여야 가맹비나 인테리어 등을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오랫동안 일해온 점주라도 계약 갱신 기간이 도래했을 때 가맹본부가 신규 인테리어 투자를 강제하거나 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환을 압박하는 등 각종 요구 조건을 내걸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거부하면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이는 가맹사업법 13조 1항에서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 사이에 가맹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명시하면서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상의 가맹금 등의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아니한 경우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을 가맹점사업자가 수락하지 아니한 경우 ▲가맹사업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영업방침을 가맹점사업자가 지키지 아니한 경우 등이다.
실제 한국맥도날드는 점주 평가인 오너 리뷰 점수를 근거로 일부 매장이 기준에 미달해 계약 갱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반면 점주들은 실적이 우수하고 계약 갱신이 임박한 매장을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해 본사가 트집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규정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9대 국회에선 김영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0년 단위는 글로벌 맥도날드의 가맹계약 갱신 기준을 참고한 것이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기간을 무기한으로 고치는 법률 개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경협 "가맹점주 종신계약 기득권 유지"
'10년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경제인 의견을 통해 "사업자 간 '지속적 거래관계를 전제로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는 영역' 중 가맹거래만 무기한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은 10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하도급법·대리점법·대규모유통업법 등에서는 별도로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무제한 연기되면 기존 가맹점주는 종신계약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가맹본부는 불량 가맹점 퇴출을 통한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져 효율적인 가맹점·관리 운영안 수립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 제도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가맹거래사) "규모를 갖춘 토종 프랜차이즈 기업은 대체로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유통업뿐 아니라 자동차나 전자상거래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본사를 둔 기업들이 막무가내식으로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며 "현행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 글로벌 기업이 한국법인을 다른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입법으로 이를 정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가맹사업법 모호한 규정도 손질 대상
아디다스코리아가 유통망 관리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2022년 1월 퓨처 파트너 정책을 도입하면서 기존 매장을 운영하던 100여명의 점주 중 약 80%에 계약 종료를 통보해 3년 가까이 분쟁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가맹사업법의 모호한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제정된 가맹사업법은 공급업자와 점주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겠다는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세부 조항에 담긴 단어의 모호함 때문에 점주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 제2조 1호에 따르면 가맹사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의 영업표지 사용 ▲일정 품질이나 영업방식에 따른 상품 및 서비스 판매 ▲가맹본부의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 ▲가맹본부에 지속적으로 가맹금을 지급하는 거래 관계 유지 ▲가맹사업자는 독립적인 존재 등 다섯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정중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장은 "상품을 수주할 때도 수량이나 사이즈 등 모든 것을 본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통제받아왔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 가맹 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아디다스코리아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반면 공정위는 본사와 판매점 간 관계가 가맹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사가 개별 점포의 내부 인테리어를 관리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통제'가 있어야 하는데 아디다스 건에서는 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를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본사의 갑질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한 정황은 충분하다고 판단해 대리점법 위반 여부만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서 쟁점이 된 내용은 상당한 수준의 통제였다. 점주 측은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상당한'이라는 표현이 공정위의 주관적인 해석이 덧붙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헌법재판소의 판례 해석에 기초해서 지원·교육과 통제 요건을 중요하게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정 자문위원장은 이처럼 엇갈리는 해석을 두고 가맹사업법이 규정하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 가맹사업법이 프랜차이즈 대국인 미국 연방정부의 '프랜차이즈 룰'에서 따온 것"이라며 "영어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 직역하면서 '통제'라는 표현이 조항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본부와 점주가 대등한 지위라기보다는 갑을 관계라는 점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가맹사업법 제2조 1호와 7호에 명시된 통제라는 단어를 관리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권에서도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해당 표현의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와 점주 측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국감에서 제기된 아디다스 문제를 기존 서울사무소 대신 본부로 이관해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는 헌법상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분쟁이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아 위법 여부가 입증되면 대리점법보다 10배가량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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