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산단]⑥독일 공공수도협회장의 경고 “오염된 강, 복원에 7조가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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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로 인해 한 번 오염된 강을 복원하는 데 30년이 걸렸습니다. 예산만 50억유로(약 7조5000억원)를 써야 했죠."
울리히 패첼 독일 엠셔강협회장은 '독일에서 가장 비싼 환경정책'으로 불리는 엠셔강 복원정책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묻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대답했다.
어느 나라보다 먼저 무분별한 산단 조성과 이에 따른 환경 오염을 경험했던 독일은 깨끗한 하천으로 되돌리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써야 했다.
엠셔강은 산업단지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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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오염 강, 수십년 만에 제 모습 찾아
"20년 뒤에는 수영도 가능하게 할 것"
“산업단지로 인해 한 번 오염된 강을 복원하는 데 30년이 걸렸습니다. 예산만 50억유로(약 7조5000억원)를 써야 했죠.”
울리히 패첼 독일 엠셔강협회장은 ‘독일에서 가장 비싼 환경정책’으로 불리는 엠셔강 복원정책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묻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대답했다. 어느 나라보다 먼저 무분별한 산단 조성과 이에 따른 환경 오염을 경험했던 독일은 깨끗한 하천으로 되돌리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써야 했다. 산단을 한 번 지으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패첼 협회장의 주장이다.
지난달 17일 독일 에센에서 만난 패첼 회장은 인터뷰 도중 본인의 사무실 뒤편에 마련된 독일 하천 지도를 가리키며 “오염된 강물뿐 아니라 여러 폐수까지 겹쳐 흘렀기 때문에 독일의 골칫거리였다”고 설명했다.
엠셔강협회는 독일에서 가장 큰 공공수도협회다. 독일의 하천 관리는 지역마다 설립된 수도협회가 자발적으로 하는데, 1899년 가장 먼저 탄생한 엠셔강협회가 시초다. 엠셔강은 라인강의 지류로 서부 독일에 있는 루르 지방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84㎞가량 흐른다. 협회가 관리하는 유역만 총 865㎢로 이곳에 220만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하수처리뿐 아니라 수로 운영 및 유지관리, 개방형 폐수 리모델링, 홍수방지, 물흐름 조절, 지하수 관리 등을 책임진다.
엠셔강은 산업단지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하천이다. 협회가 출범할 때만 해도 엠셔강은 ‘죽음의 하천’으로 불리고 있었다. 100년 가까이 이어진 석탄·철강 산업단지에서 폐수가 흘러나오면서 특히 중금속 오염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잦은 홍수까지 겹치면서 우기마다 범람이 발생했고, 지역사회에 말라리아나 콜레라가 유행하기 일쑤였다. 1980년대 무렵 석탄·철강 산업의 쇠퇴로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지만, 환경문제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엠셔강협회는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1990년부터 30년간의 장기 환경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처음엔 구불구불해 관리가 어렵던 하천을 수십 년에 걸쳐 직선화했다. 직선화 비용에만 20억유로(약 3조원)가 들었다. 배수시스템을 재설계하고, 하수처리장을 줄이되 오염처리 수준을 높였다. 패첼 협회장은 “과도하게 분포돼있던 하수처리장도 기술을 고도화해 4개로 줄였다”면서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은 아주 작은 화학오염물질까지 걸러내는 정화단계를 거쳐 깨끗하게 내보내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오·폐수가 빗물과 섞이지 않도록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이뤄졌다.
수십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덕에 엠셔강은 낚시까지 가능할 정도로 깨끗해졌다. 강 유역에서 지역축제를 열거나 지역 주민들의 카누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강을 오염시킨 주범이었던 뒤스부르크 철강 산업단지를 여전히 가로지른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산단에서 강을 따라 자연탐방을 진행하는 장소가 됐다. 패첼 협회장은 “산업단지와 깨끗한 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싶다”면서 “20년 뒤에는 수질을 더 개선해 몸을 담그고 수영할 수 있는 장소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한국에는 버려진 땅이 있다. 넓이만 2449만㎡로 여의도 면적의 5.44배 규모다.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방치돼있다. 바로 '산업단지' 이야기다. 산단은 1960년대 울산공업단지 개발을 시작으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주역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지금은 고질적인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새 산단을 짓는 데만 몰두하면서 기존 산단은 심각한 노후화 문제에 직면했다. 아시아경제는 '버려진 산단' 기획을 통해 국내 산단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 산단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독일 에센=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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