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표기 의무화 될까”…식품업계, 규제혁신 속도 내지만 어려움도 ‘수두룩’
식품업계가 시각장애인 고객의 정보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에 점자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점차 표기 의무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사회적 책임(CSR)이 회사 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점자의 날을 맞아 식품·의약품·의료기기·의약외품에 점자 표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식품에 대한 점자 표시 대상·기준·방법 등이 적힌 가이드라인 역시 규정화하고 점자 표시를 원하는 영업자에게 행정·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161개 식품업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현황조사를 진행한 결과 95%에 해당하는 154개사가 점자표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7월 시행된 안전상비의약품과 일부 의약품·의약외품에 점자 표시를 의무화하는 ‘약사법’을 제외하곤, 관련 법안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화장품법 개정안과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지만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단체는 적어도 마시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점자 표시 의무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을 구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기업과, 정책적·제도적 보완을 하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기업 제품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점자 등 장애인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여러 제품에 자발적으로 점자 표기를 하고 있다. 특히 소비량이 많고 다양한 사람이 즐겨 찾는 라면의 패키지 도입 등이 두드러진다.
시각장애인은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명과 기본적인 조리법은 물론 ▲알레르기 유발물질 ▲주의사항 ▲고객상담 안내 ▲소비기한 등이 적힌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문자 음성 안내 기능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큰사발’에 시각장애인용 QR코드를 삽입하고 해당 서비스를 ▲새우탕 ▲튀김우동 ▲사리곰탕 ▲육개장큰사발면 ▲짜파게티범벅 등 10개 제품군으로 확대했다.
오뚜기는 2021년 9월 ‘컵누들’ 일부 제품을 시작으로,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컵라면의 용기 겉면에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를 점자로 새겼다. 이 밖에 용기죽, 컵밥, 케챂, 마요에도 점자 표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까르보불닭볶음면 ▲로제불닭볶음면 등 9종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고 있다. 용기 전면부 중에서도 제품명 근처에 점자를 삽입함으로써 매대 진열 시 노출 효과를 높였다. 시각장애인들이 효과적으로 점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해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ml와 탄산음료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ml 제품 상단에 브랜드명 '아이시스'와 '칠성사이다'를 점자 표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7년부터 탄산음료 제품에 음료 대신 ‘탄산’이라는 점자를 넣은 바 있다.
이처럼 식음료 업계가 점자 표기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제품에선 점자 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점자 표기나 QR코드 등이 업계 전반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라면과 달리, 제과·제빵 분야에선 아직도 점자 표기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식품업계는 전 제품 의무화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품 포장의 점자 표기를 위해서는 추가 공정 작업이 필요해 기존 생산 비용 대비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생산라인 교체 부담, 외부 제조업체 위탁구조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식품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청각 장애인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점자와 변환코드의 표시 규격, 꼭 포함해야 하는 정보, 위치 등을 명시한 ‘식품의 점자 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웬만한 캔 제품에는 점자 표기가 다 돼 있는데, 표면이 딱딱하고 스티커를 붙이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비닐이나 페트 제질인데, 인쇄가 불가능하다 보니 별도의 비용이 많이 들고 제품 패키징을 아예 바꿔야 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포장비용이 추가돼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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