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박근형, 제자 성추행으로 한예종 정직… 서울문화재단, 공연 취소

장지영 2024. 11. 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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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61)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가 제자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내년 1월 박 교수가 연출한 연극을 공연할 예정이던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12일 박 교수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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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기간 중 징계 감추고 공연 올려 논란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 서울문화재단

한국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61)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가 제자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내년 1월 박 교수가 연출한 연극을 공연할 예정이던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12일 박 교수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12일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한예종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 4월 학생들과 식당에서 음주 및 식사를 하던 도중 피해 학생의 볼에 뽀뽀하고 “아가, 아가“, ”나는 네가 좋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예종은 지난 8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박 교수를 국가공무원법·한예종 윤리강령 교원 실천지침에 의거 정직 3개월을 의결했다.

박 교수는 정직 기간인 8월 21일~11월 20일에도 자신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공연을 계속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8월 23일부터 9월 8일까지 연극 ‘구름을 타고 가는 소녀들’을 연출했으며, 10월 19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과 10월 25~26일 경남 밀양아리랑센터의 초청으로 ‘경숙이, 경숙 아버지’를 공연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당초 재단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12월 6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박 교수가 쓰고 연출한 극단 골목길의 ‘겨울은 춥고 봄은 멀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를 잇따라 공연할 예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는 ‘미투’로 단죄받은 성추행 가해자 가정이 파멸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박 교수의 징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작품 모두 취소됐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 6일 박 교수의 징계 관련 내용을 인지했으며 당사자 면담 등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계약 해지 및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사안은 계약 해지 조항에 해당한다. 그리고 극단 골목길에 지급한 공연 제작비는 전액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1986년 극단 76에 배우로 입단하며 연극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극작가 겸 연출가로 전향한 박 교수는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모든 연극상을 휩쓸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 극단 골목길을 창단한 그는 ‘대대손손’ ‘경숙이 경숙 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등으로 한국 연극계의 간판이 됐다. 2010년부터는 한예종에서 극작과 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국립극단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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